[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실시 1개월 만에 정부와 정치권에 추가 규제 확대를 놓고 한바탕 충돌했다.
정치권에서는 추가로 영업시간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영업시간 규제는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낳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영업규제로 농협하나로마트와 편의점 등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정치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새누리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인구 30만명 미만의 중소도시에 향후 5년간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신규 입점을 금지키로 했다. 이는 사실상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 금지에 방점을 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현행법이 시행된 지 한 달여 만에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등을 더욱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을 기존 '오후 12시~오전 8시'에서 '오후 9시~오전 10'시로 확대했다. 또 의무적인 휴업일수도 기존 '월 1~2회'에서 '월 3~4회'로 강화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27명 전원이 서명해 당론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미 현행법 시행과정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은 매출액 감소 등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가운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말 매출 비중이 큰 대형마트로서는 엄청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돼 매주 일요일 문을 닫으면 매출이 최소 40% 이상 감소하고, 고용 감축과 농식품 등 피해도 클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시장 원칙을 무시하고 포퓰리즘식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소비침체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부도 정치권의 대형마트 규제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출입기자단과 산행에서 "저녁 9시 이후에 대형 마트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 민주당 당론으로 나왔는데 이런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좀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박 장관은 "대형마트에 일하는 근로자들이 대부분 저소득층 시간제 근무자들이고, 여성·취업애로계층들이 많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무휴일, 영업시간 규제가 늘어나면 신선식품 보관비용을 늘고 일부 폐기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며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들이 타격을 입거나 맞벌이 부부 등 늦은 시간에 장을 봐야 하는 사람들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경제활동을 너무 많이 규제하면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며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바로 연결되는지 여부를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만으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부활이 어렵고, 소상공인의 자발적인 노력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손용석 경희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경희대 오비스홀에서 열린 '대형마트·SSM 규제에 대한 찬반토론회'에서 "대형마트는 초기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비용을 지불해 지금의 효율적인 경영을 이룬데 비해 슈퍼마켓은 이런 노력이 적었다"며 "이것이 하나의 방향성이란 점에서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어긋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시진 고려대 교수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만으로는 재래시장과 동네슈퍼의 활성화가 어렵다"며 "규제와 동반된 소상공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객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는 객관적가치(가격, 품질), 브랜드가치, 관계적가치가 있는데 소상공인들의 관계적가치 노력이 동반돼야 정책적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정치권과 정부의 추가 규제 충돌과는 별개로 1개월 동안의 영업규제로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와 편의점 등이 기대치 못한 이익 증대로 화색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따르면, 전국 대형마트와 SSM의 60%가 휴무한 지난달 27일 인근 이마트와 코스트코, 킴스클럽 등을 찾았다가 허탕 친 고객들이 몰리면서 매출이 5∼6% 늘었다.
농수축산물 판매가 전체 매출의 51%를 넘으면 의무 휴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규정 덕분에 하나로마트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고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 인근에 위치하는 편의점들도 1인 가구의 소비자들 덕분에 이익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간편 가정식이나 소포장 제품 소비가 많은 1인 가구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날에는 집 근처 편의점을 찾기 때문이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은 가맹주가 자영업자라 상대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며 "대형마트의 심야영업 금지로 인한 반사이익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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