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내년 균형재정을 목표로 허리띠를 졸라맨다면서도 오히려 나라곳간을 푸는 등 엇박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동시에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세제·재정지원책을 추가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 상황에서 추가경정 예산(추경)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추경없이 추경 효과를 내기 위해 각종 기금을 파격적으로 풀 방침이다.
중소기업 창업·진흥기금, 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 등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자체 증액할 수 있는 기금으로 중소·수출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 중 일반 기금과 금융성 기금 각각 20%·30%까지 국회의 동의없이 증액할 수 있는데, 정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금을 최대한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달 말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제둔화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인위적 경기부양은 없다던 정부의 계획이 달라진 셈이다.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면서 '2013년 균형재정'이라는 정부의 목표 달성에 스스로 빨간불을 켠 꼴이다.
1분기는 이미 역대 최고의 재정조기집행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지난 달에는 투자활성화 대책, 부동산대책 등 이른바 '스몰볼'로 불리는 미니경기부양책을 내놨으며, 하반기에는 기금증액까지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지출부담이 기하 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발표된 미니경기부양책에는 각종 세제지원책도 포함돼 있어, 균형재정을 위한 비과세감면 축소계획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균형재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2013년 균형 재정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달성하겠다는 각오로 예산을 짤 것"이라며 "기금 운용 계획을 변경하면 재정수지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다른 쪽에서 큰 지장이 없이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이 2013년이 아니라 2016년에도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펴낸 '2012년 수정 경제전망 및 재정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세수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공기업 지분 매각을 통해 내년 10조원의 세외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액수"라고 평가했다.
균형재정을 위해서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복지지출 확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서민·중산층 재산 형성을 위한 장기펀드 세제혜택 ▲노후생활 지원을 위한 연금세제 보완 등을 계획 중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부는 세법 개정 때 대선 이슈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한번 이뤄진 세제 혜택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비과세감면 축소를 위한) 정부의 단호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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