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심상치 않다. 도미노가 따로 없다. 나비효과마저 연상된다.
그리스·스페인의 재정위기는 유로존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G2인 미국과 중국마저 휘청대는 모습이다. 일본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세는 급격히 위축됐다. 장기 불황의 전주곡이라는 불안감마저 엄습했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5일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고 자금시장점검회의를 장관 주재로 격상하는 한편 금융시장에 대한 상시점검을 집중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했다. 산업별 실물동향 점검도 강화키로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전날 현 상황을 ‘대공황’에 비유했다. 정부가 나서 위기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뒤따랐지만 그만큼 현 위기에 대한 인식은 절박했다.
산업계도 속히 비상체제로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간신히 지탱해오던 ‘수출’ 전선마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내수’라는 한쪽 날개는 이미 꺾인 지 오래다. 철강·화학·해운·조선 등 이른바 굴뚝산업이 입은 타격은 1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나마 잘 나가던 전자·자동차도 제동이 걸렸다. 전 분야에 걸쳐 연쇄 파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이달 말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소집키로 했다. 당초 계획된 일정보다 보름 이상을 앞당겼다. 주제는 ‘위기 대응’으로 설정했다. 최지성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파트별 책임자와 해외법인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다. 이건희 회장은 앞서 유럽의 재정위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유럽 위기를 감안, 올해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수립했다지만 매출에 대한 타격은 일정 부분 불가피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유럽과 중국은 각각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LG도 5일부터 한 달 동안 각 계열사별로 중장기 전략 보고회를 갖는다. 구본무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LG전자(066570) 등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한다. 논의의 주안점은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경영전략 수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타격을 절감하고 있다. 4월 이후 두 달 연속 해외시장의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앨런 러시포드 현대차 유럽법인 부사장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선 자동차 시장 규모가 20% 가까이 줄어든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전체 해외 판매 물량 가운데 6분의 1정도를 유럽시장에서 소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은 24시간 실시간 체제로 전환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위기만큼이나 향후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가 연착륙하는 것만도 다행스럽게 봐야 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선 현 위기를 타개하고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성장세 둔화가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기위축을 불러왔다”며 “현 위기가 적어도 5년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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