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당기위원회가 지난 6일 밤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4명에 대해 제명 조치를 결정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에서 '제명'되는 이들의 거취와는 상관없이 정치권 전체가 '종북'이라는 격랑에 휩싸이면서, 본질과 다른 후폭풍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석기 의원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 당기위의 조치에 대해 "계엄정권 아래의 군사재판도 이렇게 졸속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반발했다.
김재연 의원 역시 이날 조윤숙·황선 후보자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결정은 독재정권의 사법부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적 살인행위"라며 "부당함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성토했다.
구 당권파에 속하는 김선동 의원과 '당원비대위'라는 이름의 단체도 "깊은 유감"과 함께 "통합정신과 진보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정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혁신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쇄신파에서는 20일까지 제명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없으면 원심이 확정된다고 통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6월 말 당직선거를 치러 내달 8일 열릴 2기 지도부 출범식 전까지는 제명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대립의 과열로 인해 당 안팎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다시 한 번 분당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구 당권파에서 혁신비대위가 출범을 했음에도 '당원비대위'를 만들어 대표와 대변인까지 정해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제명이 당의 분열을 가져오기 보다 야권 전체를 겨냥하고 있는 종북 색깔론 공방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의 국회 입성을 막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두 의원의 거취에 대한 공세가 심한 와중에,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자 막말 파문까지 더해진 탓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에서는 통합진보당의 두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와 함께 민주당을 향해서도 임 의원을 공천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연일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 비정상성에 대해서는 이상돈 전 비상대책위원이 "사상검증을 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리이고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할 정도다.
민주당은 9일 신임 대표 경선을 앞두고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가 종북 색깔론을 경계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 후보는 "신 메카시즘에 맞서 싸울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김 후보 역시 일련의 흐름들을 비판하면서 함께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의 부실·부정경선 관리에서 촉발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국회의원 자격 시비는, 두 의원의 끈질긴 버티기와 의도된 종북 색깔론이 결합해 어느덧 본질은 간 데 없는 후폭풍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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