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대포통장을 만들어 줬다가 나중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될 것을 알고서도 통장을 넘겼다면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보이스피싱범들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 건넨 혐의(전자금융거래법위반)로 기소된 김모씨(30)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출업자라는 자의 인적사항이나 사무실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통장 등을 돌려받을 구체적인 시기나 장소, 방법 등을 정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김씨의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장 등을 양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통장 등을 넘겨주고 60만원을 받은 점, 통장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돼 경찰조사를 받고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벌금을 받아 약식명령이 확정된 점, 경찰조사를 받던 중 또 다시 대출업자라는 사람들을 만나 통장 등을 만들어 준 점을 종합해보면 김씨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통장 등을 양도한다는 범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08년 생활광고지에 난 대출광고를 보고 대출업자를 만났다가 "통장이 많으면 거래량이 많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받기 쉽다"는 말을 듣고 통장과 현금카드 각각 8개씩을 만들어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김씨가 대출받을 목적으로 통장을 만들어 준 것일 뿐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려는 고의는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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