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임대차구조가 월세로 재편되면서 세입자들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전세보증금 활용도가 낮아지고, 저금리 기조에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전세난 해소란 명목으로 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월세형 주택공급을 장려해 세입자를 월세로 내몰고 있다.
◇경기 불안에 안정적 월세선호 집주인 증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월~6월 전세계약 건수는 총 44만9700여건. 지난해 46만5000건에 비해 소폭 줄어든 반면 월세는 22만9400여건으로, 지난해 22만4000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박찬식 용인동천태양 대표는 “대내외 경기 불안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 전망이 어두워,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재투자가 어렵고, 장기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은행 예금은 수익률이 너무 낮아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 전국주택매매가격은 0.7% 상승에 불과했으며, 수도권은 1.4% 하락하는 등 투자처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은행이자 역시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마이너스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 6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7월22일 기준 3.5%였으나, 올해 7월20일에는 3.1%로 내려앉았다. 특히 은행권 금리의 잣대가 되는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예금이자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너무 올라버린 전세가격도 전셋집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전세가격은 19.3% 상승했다. 전국전세가격지수는 106.8로 역대최고수준이다.
도곡동 월드컵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너무 올라버린 상태라 원하는 가격대 전셋집을 찾기 위해 외곽으로 떠밀려 나가든지 아니면 울며겨자먹기로 높은 보증금에 월세를 보태는 반전세 살아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세입자 월세로 내몰아
정부가 전세대책이라고 내놓는 해결책들도 세입자들을 월세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단기 공급 확대를 위해 건축기간이 짧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각 종 혜택을 제공했다.
오피스텔에 대해 임대사업 등록이 가능토록 했고, 취득세도 감면해줬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주차장 건설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건설자금 지원을 확대했다
그 결과 수익형부동산 인기와 맞물려 올 상반기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실적은 총 5만682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558가구)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채 인허가 물량 중 81.3%인 4만6206가구가 월세용인 원룸형으로 공급됐다.
세입자들을 월세로 내몰아 전세수요를 줄이는 꼴이 됐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대표적인 수익형상품으로, 전용 12㎡미만(3~4평)의 원룸으로 주로 공급된다”며 “가족단위 세입자는 들어갈 수도 없고, 그마저도 월세로 공급되기 때문에 서민 주거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과거 전세는 부동산투기의 종잣돈 제공처로 부정적 역할이 부각됐다면 최근에 안정적인 서민주거 수단으로의 기능이 주목되고 있다”면서 “시장은 점점 월세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장기전세주택과 같은 전세주택공급을 확대해 주거와 생활에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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