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검찰이 30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미 구속기소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 여러 개의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과 23일, 그리고 27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출석을 통보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에 모두 불응했다.
국회 회기중이어서 구속영장이 바로 청구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의 조사가 필요해서 부르는 것임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인들은 이런 경우에 백퍼센트 체포영장이 청구된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검찰이 범죄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했는데도 출두하지 않으면 당연히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가 나타나서 해명을 해야 구속을 하든, 불구속을 하든, 무혐의 처분을 하든 다음 결정을 할 것 아닌가?
지금 박 원내대표의 경우에도 다른 범죄자의 진술이 있어서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하니까 검찰에 출두해서 해명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해명 자체를 안하겠다고 하는데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뭘 어쩌라는 것인가?
그럼 검찰이 범죄혐의를 의심할만한 진술을 확보하고서도 사실관계 자체를 파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만약 국회 회기중이던 19일 검찰조사에 응했다면 체포영장은 당연히 청구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범죄혐의가 입증되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면 나중에라도 청구했겠지만, 사실관계 자체도 확인하지 못한 채 체포영장이 청구되는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0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범죄사실이 있다면 검찰이 기소를 하면 된다"며 "법원에서 공정하게 재판을 받으면 유무죄가 가려질 것이다. 기소를 하지 않은 채 하는 정치적인 언론 플레이는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것도 말이 안되는 말이다. 검찰이 기소를 하기 위해서 당사자 해명을 들어보겠다는데, 해명 자체를 거부하면서 이런 식으로 검찰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구태의연한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
한 술 더 떠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MB정권의 야당탄압, 의회주의 파괴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전당력을 모아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거의 민주당 스스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박에 가까워 보인다.
어디 그 뿐인가?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민생을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를 위한 '방탄국회'로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각종 검찰 개혁법안을 외치고 있다. 민주당이 내놓고 있는 검찰 개혁방안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라고 법이 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만약 검찰의 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졌다면, 그 의도는 곧 밝혀질 것이다. 그 뒤에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것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당연한 원리를 '정치적인 수사'라는 표현으로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이미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모든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에 응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정두언 의원조차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단 한 명, 박 원내대표만 수사를 받지 않고 있다.
지금 야권 지지자들은 통합진보당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염증을 느끼고 있다. 안철수 현상이 의미하는 바가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혐오와 염증 때문이라는 걸 다시 말하기에는 입만 아프다.
그런데 야권의 가장 큰 축인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라는 사람들이 하는 정치를 보면 80년대식이다. 독재정권과 투쟁 잘하는 야당을 재건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차기 정권을 책임지겠다는 제1 야당이 이런 식으로 나가서는 곤란하다.
만약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해서 집권을 하게 됐다고 치자. 그리고 민주당 집권 하의 검찰이 마땅히 해야 할 수사라고 판단해서 새누리당 의원을 수사한다고 가정하자. 이 때 새누리당은 지금의 민주당처럼 또 '정치탄압'을 운운할 것이다.
정치권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도돌이표 같은 행태를 반복할 것인가?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박 원내대표는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정치검찰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이것은 제도와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악의 경우 12월 대선을 앞두고 박 원내대표의 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엔 또 어쩔 것인가?
민주당은 지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옛날 정치를 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그 자체로 입을 타격을 걱정한다면 그야말로 구태의연한 '잔머리 정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리하자면, 민주당은 지금 스스로를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고, 국민들의 지지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 스스로 무책임한 정당,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집단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곧 집권 의지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이러니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시선이 안철수 교수에게로 향하는 것이다.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세력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심판받기 마련이다.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통합진보당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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