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애플과의 특허 본안소송에서 법원이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문건을 현지 언론에 공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건은 삼성전자가 지난 2006년 아이폰 출시에 앞서 비슷한 디자인의 휴대폰(F700)을 개발한 사례 등을 담고 있다. 또 니시보리 신 애플 전 디자이너가 아이폰 제작 당시 소니의 디자인을 차용했다는 내용의 증언도 함께 공개됐다.
1일(현지시각) 주요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의 증거물 미디어 공개를 '비윤리적이고 부적한 행위'라고 비판하며, 캘리포니아 법원에 긴급제재 조치를 요구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현지 언론의 반응 또한 삼성의 미디어 공개가 '무리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사실상 법정의 명령을 무시한 극단적 조치로, 주재 판사인 루시 고에 대한 '노골적 반항'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가 법원이 채택하지 않은 증거자료를 언론을 통해 공개한 사실을 뒤늦게 전달받은 뒤 "매우 화가 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루시 고 판사는 "누가 보도자료를 작성했는지 해명할 것"을 요구했고, 애플 또한 "법무팀에서 누가 승인했는지 여부를 밝혀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 법률 대리인인 존 퀸 변호사는 "관련 문건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행동”이라며 오히려 법원이 애플의 요청만 받아들였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미국 내 여론은 다분히 애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증거물의 내용보다는 '공개 방식'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
미국 IT전문지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명백하게 미국 법원의 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본안소송이 이제 갓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서 너무 멀리 가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모바일 전문지 '벤처비트'의 한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얼마나 절박한 처지로 내몰렸는지를 나타내는 증거"라며 "애플이 소니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증명하는 것보다 자사가 아이폰과 같은 디자인을 이미 개발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삼성측 변호사가 이번 법정에서 상당히 불리한 지위를 떠안게 되면서 전체적인 상황이 매우 위험해졌다"고 덧붙였다.
현지 주요 매체들 또한 미디어에 공개된 자료의 신빙성보다는 삼성이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자료 공개를 강행한 것에 대한 윤리성과 적절성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증거 유출을 옹호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조치의 적절성을 꼬집었다. BBC 또한 "삼성 변호인이 증거물 언론 유출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루시 고 판사를 화나게 만들었다"며 '잘못된 문제제기(False Representation)'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1일(현지시각) 미국 언론에 공개한 특허 소송 관련 증거자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