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재산 증여로 자식들 주식가치 상승..포괄증여 해당"
법원 첫 판결, 재벌 편법증여·경영승계 제동
2012-08-05 09:00:00 2012-08-05 09:00:00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회사에 재산을 증여해 자식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올랐다면 포괄증여에 해당하므로 증여세를 물려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회사의 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식들에게 우회적으로 재산을 편법증여하고 경영권 등을 승계해 온 일부 재벌들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조일영)는 B주식회사 대표주주 지모씨가 "조부가 부동산을 회사에 증여함으로써 회사 주식 가치가 상승 것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지씨와 조부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들로서 조부가 B사에 부동산을 증여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증여 전·후 B사의 주식가치의 차액 상당의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하거나 기여에 의해 지씨 소유의 B사 주식 가치를 증가시킨 것이기 때문에 이는 증여세 과세 대상인 상증세법 2조 3항의 '증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조부의 부동산 증여로 지씨가 이익을 얻은 만큼 조부의 B사에 대한 부동산 증여는 특정법인의 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당해 법인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등의 거래를 통해 그 법인의 주주 등에게 이익을 나누어준 행위와 거의 유사하여 증여세 과세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증여재산 가액 계산시 증여 전·후 주식가액 차액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되고, B사가 부동산을 증여받은 뒤 법인세를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부동산 증여로 증가된 주식가치 상당액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부동산 증여세 1억4400여만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지씨는 2006년 1월 당시 비상장법인이었던 B사의 발행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가 친인척인 특수관계자 8명에게 주식을 주당 1만원에 양도했고 며칠 후 지씨의 조부가 B사에게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대(垈) 2122m²와 지상 3층 건물을 증여했다.
 
B사는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에 대해 자산수증이익 63억여원을 산입해 2006 사업연도 법인세로 15억여원을 신고·납부했으나 강남세무서장은 B사가 부동산 증여를 받아 주가가 올라간 부분 만큼 지씨가 조부로부터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 1억4400여만원과 주식양도세 등 총 2억6600여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지씨는 강남세무서장의 과세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비슷한 사안으로 안모씨가 증여세를 부과한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증여세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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