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한 한국음악가, 이제는 솔로이스트로 만나길"
음악영화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 들고 방한한 티에리 로로 감독
2012-08-11 10:37:03 2012-08-11 10:37:5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안녕하세요. 이 자리에 서게 돼 행복합니다"
 
15년 간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쿨' 영상 작업을 맡고 있는 티에리 로로 감독이 10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았다.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라는 영화를 들고 온 그는 메가박스 제천에 모인 한국 관객 앞에서 서툰 한국말로 인사하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 영화는 세계 유수 콩쿨에서 한국 출신 우승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그 이유를 파헤치는 작품으로,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다. 지난해 5월 퀸 엘리자베스 콩쿨 기간 중 처음 공개됐을 당시, 벨기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영화 상영 전 티에리 감독을 만나 영화촬영 후 소회를 물었다. 그는 "촬영하고 보니 한국인들의 콩쿨 수상이 서양인들에게는 미스터리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게 좋아 보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페이스북만 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다음은 영화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 그리고 '클래식 한류'를 두고 그와 나눈 일문일답.
 
-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굉장히 오고 싶어했다고 들었다. 소감은?
 
▲ 2년 전에 왔을 때는 경쟁부문이 아닌 일반부문에 참가했다. 하모니카와 관련된 영화였는데 그때 제천에 와서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 벨기에에 돌아가서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한국 클래식 음악가에 관한 영화를 만들게 된 것도 결국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음악 위주 영화들로 꾸려지다 보니 너무나도 다시 오고 싶었다. 여기 와서 굉장히 행복하다.
 
- 이번 경쟁부문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당연히 탈 수 있을 거다. 다른 영화를 보진 않아 잘 모르겠지만(웃음). 최근 수년간 벨기에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쿨'에 한국 출신 음악가들이 입상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는 그런 한국 출신 클래식 음악가들의 성공에 대한 궁금증을 담았다. 이미 벨기에에서는 굉장히 성공한 작품이다. 작품 공개 당시 16개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5개의 TV 프로그램과 5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신문에도 1~2 페이지에 걸쳐 소개됐다.
 
만약 이 영화가 수상을 한다면 아마도 휴머니즘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 음악가도 인터뷰 했지만 그들의 부모와 가족도 인터뷰했다. 기술적인 영화가 아니고 감동적인 영화라서 사람들에게 더 와닿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인터뷰이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 굉장히 많다. 모두들 멋졌다. 그중에 마지막 인터뷰이인 소프라노 가수들이 생각 난다. 홍혜란의 경우 정말 멋졌고, 아주 파워풀했다. 음도 굉장히 높이 올라간다. 작고 여린데 어떻게 그렇게 하는 지 모르겠다(웃음).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그녀와의 인터뷰이다. 그녀가 "유럽에서 활동하며 머물고 있지만 한국의 음악, 친구들, 가족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한국 밖에서 생활하는 게 무척 어렵지만 클래식 가수라면 유럽, 국제무대로 나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한국 생각 날 때마다 부른다는 '신 아리랑'을 내 앞에서 불렀는데 중간에 눈물을 터뜨리며 노래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실제로 벌어진 상황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고, 아주 복잡한 감정이 들게 했다.
 
- 영화 제목이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인데 영화를 찍고 나서 궁금증이 좀 풀렸나?
 
▲ 원래 제목은 그게 아닌데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원래 제목은 <한국인의 음악적 미스터리(Korean Musical Mystery)>다. 이 둘은 같지 않다.(웃음)
 
궁금증은 많이 풀렸다. 한국 예술가들은 일을 많이 하고, 일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들도 알게됐다. 이유가 한 16가지 있는데 다 말할 수는 없고(웃음).
 
첫번째 이유는 정부 지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학교를 중심으로 젊은 클래식 예술가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곳은 다른 학교와는 다르게 본인 악기에 집중할 수 있고 연주할 시간이 굉장히 많더라. 이게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경제적 요인이 있다. 한국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많다. 유럽에서는 어머니들 대부분이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없다. 한국 어머니들은 마치 풋볼 트레이너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더라(웃음). 에너지도 주고, 데리러 오고가고. 영화를 보면 알 거다.
 
 
 
 
 
 
 
 
 
 
 
 
 
 
 
 
 
 
 
 
 
 
- 피에르 바레 감독과 공동작업을 했다. 역할은 어떻게 분담했나?
 
▲ 피에르 바레와는 24년 동안 함께 일했다. 총 21개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그는 클래식을 전공하지는 않았고 나는 오보에를 전공했다. 영화의 주제를 선택하고, 이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하는 것은 내가 맡았다. 말하자면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이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과 인터뷰 대상과 장소 설정 같은 것들은 내 담당이었다. 피에르는 TV 디렉터로서 현장에서 함께 했다. 어느 부분에 인터뷰를 넣을지, 콘서트는 어디에 배치할 지를 그가 결정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그가 감독하고, 나중에 편집을 할 때는 또 함께 했다.
 
- 최근 한국에서는 문화 전반에 걸쳐 정부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 노력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는지?
 
▲ 벨기에에서 제발 한국처럼 했으면 좋겠다. 벨기에는 문화적 지원이 너무 없기 때문에 한국이 부럽다. 두세 시간 자면서 연습해야 하니 아티스트에게는 압박이나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두 나라 중 누가 더 낫겠나? 물론 둘의 시스템을 합치면 제일 좋을 것 같긴 하다. 
 
- 벨기에와 한국의 클래식 예술가들을 비교한다면?
 
▲ 이전에는 한국인들은 감정은 없고 기술적인 면만 강하다고 여겨졌다. 유럽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아무래도 유럽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연주하다보니 감정이 풍부하다는 게 강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 한국인들도 감정으로 연주하는 게 느껴진다. 훨씬 좋아졌다.
 
퀸 엘리자베스에 출전했던 한국 아티스트 중 신현수 같은 경우가 눈길이 간다. 모든 면에서 새로운 세대다. 유럽에서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잘한다. 그래서 너무 놀랍다. 그녀는 한예종 출신인데 스승들이 아주 좋다. '한국에서 배워도 이렇게 잘 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
 
- 콩쿨에서 한국 출신 아티스트들이 많은 인정을 받고 있지만 정작 유럽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클래식 한류'라고 부르기엔 아직 부족한 것 아닌가?
 
▲ 그것은 또 하나의 미스터리다. 유럽 관객들은 한국 연주자들을 보고 '우와 멋지다' 하는데 다음 해에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러시아 예술가들의 경우 벨기에에 머물면서 끝까지 음악을 하고 길을 찾는데 한국인 예술가들은 머물거나 살지 않는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2010년 퀸 엘리자베스에 한국인 5명이 결선에 올랐는데 다 어디 갔는지 행방을 모르겠다. 다음 영화에서 다뤄야 할, 큰 미스터리다(웃음).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을 한다면?
 
▲ 각자에게 달린 문제이긴 하다. 러시아 예술가의 경우 한번 돌아가면 비자를 다시 받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그래서 아마도 끝까지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리고 유럽 오케스트라에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들이 꽤 많지만 솔로이스트로서는 아니다. 콩쿨 후에는 솔로이스트로 보고 싶지, 오케스트라에 묻혀 연주하는 것을 듣고 싶진 않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