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충동약물치료법' 시행 1년..실효성은 '의문'
약물치료 청구 단 1건..'화학적 거세'표현도 치료청구에 장애
2012-08-19 09:00:00 2012-08-19 09:00:0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구본선)는 지난 16일 미성년자 5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표모씨(30)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일명 '화학적 거세'라고 불리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성충동약물치료법)'이 지난해 8월 처음 시행된 이후, 검찰이 법원에 약물치료 명령을 법원에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충동약물치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검찰이 약물치료 명령을 법원에 청구한 것도, 실제 약물치료가 진행된 사례도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을 집중시키며 도입된 성충동약물치료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신감정 필수..'성도착증' 진단 받기 어려워
 
현재 성범죄자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는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성도착증'이라는 진단명을 받은 자에 한해 시행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성도착증' 진단을 받는 것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여성아동범죄 수사를 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성도착증 진단을 받는 요건이 무척이나 까다롭다"면서 "스스로 아동에 대한 성적욕구를 참을 수 없다고 밝힌 범죄자가 자발적으로 약물치료를 받겠다고 나섰음에도 성도착증 진단을 받지 못해 약물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성범죄자 본인의 의지가 있을 경우에는 전문의 진단 없이도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에서 약물 치료를 하려면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약물치료를 받아보려는 성범죄 가해자들도 많다"면서 "어린 아이에게 성충동을 느끼는 자신이 너무 싫다며 약물치료를 원하는 가해자들에게는 정신감정 없이도 약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라는 표현에서 오는 거부감
 
검찰 안팎에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뜻하는 '화학적 거세'라는 표현도 적극적인 치료 청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약물치료에 불과한 것이다. 물리적으로 성기를 제거한다는 뜻인 '거세'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면서 "거세라는 표현 때문에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라는 명칭 자체가 '남성 성기' 중심의 인식에서 비롯된 잘못된 용어라는 의견도 있다.
 
김다미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정식명칭인 '성충동 약물치료'로 불리는 것이 맞다.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화학적 거세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면서 "거세라는 명칭은 성폭력을 비롯한 성범죄가 모두 남성 성기 등의 신체적 변화만으로 행해진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약물치료, 성범죄 특효약 아냐"
 
단순히 성적충동을 억제하는데 불과한 약물치료는 성범죄자의 인식까지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활동가는 "화학적 거세가 성폭력 범죄의 특효약 같지만, 처벌 대상자도 적고 한계가 있다"면서 "약물치료는 일시적인 것이다. 가해자의 성욕을 잠시 없애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시적으로 성욕을 없애는 것이 가해자의 인식까지 바꿀 수 있을 것 인지 의문"이라면서 "약물치료보다는 먼저 성범죄 가해자의 교정, 교화나 심리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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