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57)이 2010년 3월 경찰관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에서 한 이 발언은 검찰 조사 결과 결국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조 전 청장이 문제의 발언으로 지난 2010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로부터 고소·고발당한지 2년이 넘게 수사를 끌어온 검찰은 17일 조 전 청장을 사자명예훼손 및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조 전 청장을 재판에 넘긴 핵심적인 이유는 조 전 청장이 주장한 차명계좌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전 청장은 그동안 "검찰 수사내용을 아는 유력인사로부터 들었다"면서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에 차명계좌가 존재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관계자는 "대검찰청에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기록을 다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관련 수사기록을 봤는데 전날 발견된 차명계좌는 없었으며,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라고 의심할만한 계좌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은 청와대 제1부속실 직원의 차명계좌라고 했지만 당시 검찰이 제1부속실 직원들에 대한 계좌추적은 시도하지도 않았다"면서 "출처를 밝히지 못한 십만원짜리 수표 몇장이 있긴 하지만, 이를 차명계좌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결론은 조 전 청장이 주장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게 보일만한 계좌조차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 전 청장은 또 "발언의 근거가 된 수사 내용을 흘려준 유력 인사는 검찰 관계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당시 중책을 맡고 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도 확인을 했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복수의 검찰관계자를 통해 들었다는 것이 조 전 청장의 주장인데 검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확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청장이 법정에서 핵심 쟁점인 '유력인사'에 대해 털어놓을 경우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이 법정에서 유력인사를 밝히면 무죄가 날 수도 있다"면서 "만약 조 전 청장이 전해들은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다"면서 "왜 못 밝혔냐는 비난은 받을 수 있겠지만, 전해들은 사람이 누군지 조 전 청장이 공개를 하면 오히려 시원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이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검찰 수뇌부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수사를 맡은 이 전 부장과 수사를 총괄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함에 따라 옷을 벗어야 했다.
특히 이 전 부장은 조 전 청장의 발언이 나온 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계좌들도 사실은 노 전 대통령 쪽으로 흘러들어간 돈이니까 차명계좌로 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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