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일본 모바일시장이 국내 게임업체들의 ‘엘도라도’로 뜨고 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일본은 '게임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 30년간 전세계 게임시장 트렌드를 주도했으며 닌텐도, 반다이남코게임즈, 캡콤, 세가, 스퀘어애닉스 등 유수 글로벌기업들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외국기업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시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새로운 한류를 일으킨다는 포부를 가지고 속속 일본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스마트폰 열풍이라는 호재가 존재한다.
<뉴스토마토>는 '2012 동경게임쇼(TGS2012)'에서 드러난 일본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살펴보고 국내 게임사들에게 일본시장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 한국보다 10배 큰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게임업체들이 일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방대한 시장성 때문이다.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은 한국보다 10배 큰 4조원 규모에 이르는데 우리에게는 ‘중박’만 터져도 ‘대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국내 모바일게임 중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룰더스카이’의 경우 매달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최고의 트레이딩카드게임(TCG)인 ‘드래곤컬렉션’이 월 매출은 20억엔 이상이다. 환율을 계산하면 약 280억원으로 룰더스카이의 10배에 이른다.
인구는 2~3배에 불과한데 이같이 엄청난 매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가입자당 매출액(ARPU)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사람들에 비해 게임에 돈 쓰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다만 스마트폰 보급이 30%에 불과하다. 국내 모바일게임사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에 맞춰 게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일이다.
일본에서는 스마트폰보다는 이에 근접한 성능을 가진 아이모드(i-mode)류의 피처폰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다행히 최근 들어 스마트폰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이번 2012 동경게임쇼에서 공개된 신작게임 상당수가 스마트폰 버전으로 공개됐다.
◇ 일본 모바일게임업계 현황은?
국내에서 모바일게임의 흥행은 전적으로 플랫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듯이 일본 역시 이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입소문에 의한 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시장 특성상 플랫폼에 대한 이해는 더욱 필수적이다.
일본에서의 플랫폼은 크게 글로벌 오픈마켓, 이통사 스토어, 모바일게임 플랫폼 등으로 나눠지는데 이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것은 모바일게임 플랫폼이다. 대표적으로는 디엔에이(DeNA), 그리(GREE), 믹시(Mixi) 등이 있으며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도 여기에 해당된다.
최종구 위메이드온라인 대표는 “상당수 일본 IT기업들의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플랫폼업체들은 매출수치가 매달 바뀔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바일게임 장르는 단연 TCG다. 이밖에도 팜빌식의 소셜네트워킹게임(SNG), MMORPG, 캐주얼, 스포츠, 전략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게임이 존재한다.
◇ “쉽지 않은 시장..하지만 뚫어야 한다”
이들 모두 현지기업과 제휴를 추진하거나 자회사를 통한 직접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 특히 위메이드의 경우 동경게임쇼에 6종의 게임을 출품하기도 하는 등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일본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은 별로 없었다.
JCE(067000) 역시 얼마전 룰더스카이를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시장 안착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이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일본 정부가 TCG의 수익모델인 콤푸갓챠(제비뽑기식 아이템 판매)를 사행성 문제로 적극 제재하면서 타 장르 게임의 부상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강봉석 위메이드 해외사업실장은 “다양한 게임을 준비 중이지만 논란이 될 만한 것은 모두 배제하고 있다”며 “사업설명회에서 가족적이고 건전한 게임철학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모바일게임의 경쟁력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가격 대비 성능이 높다는 점, 지난 15년간 대작 온라인게임을 관리하며 쌓인 노하우, 한국 특유의 개성 등이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최찬석 KTB증권 연구원은 “일본 내 음반 장르의 고갈로 한국 대중음악이 히트했듯이 한국산 모바일게임이 여러 가지 호재에 힘입어 일본 내 퍼블리셔들의 주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