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토지 수분양자가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경우 이 토지는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해 양도세를 물려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윤모씨(56)가 "계약금만 지불한 상태에서 분양권을 넘긴 것은 미등기양도자산을 거래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처분한 것은 잘못"이라며 부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양도세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양도한 자산은 토지의 소유권이 아니라 이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내지 분양계약상의 지위에서 가지는 권리에 지나지 않아 피고가 양도한 자산이 토지 자체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분양계약에 의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은 등기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인 '미등기 양도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건의 경위 등을 감안해보면 원고가 토지에 관한 권리를 양도한 것에 조세회피 목적이나 전매이득 취득 등 투기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분양계약 체결후 소유권 내지 처분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도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
윤씨는 대한주택공사로부터 경기 부천 오정구에 있는 한 토지를 임차해 자동차 운전학원을 운영하다가 재정 적자로 차임을 내지 못하게 됐다. 이후 윤씨는 공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다가 공사로부터 해당토지를 분양받아 미지급 차임을 청산하기로 조정이 성립됐다.
윤씨는 조정결정에 따라 2001년 6월25일 해당 토지를 35억원에 분양받기로 계약을 맺은 뒤 3억50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는 한편, 같은 날 김모씨 등 2명에게 해당토지와 그 위에 있는 운전학원 건물들을 50억원에 매도했다.
이후 공사에 대한 중도금 및 잔금은 김씨 등이 지급했으며, 소유권이전등기도 김씨 등의 명의로 마쳤다. 그러나 부천세무서는 윤씨가 미등기양도자산을 거래한 것으로 보고 세율 65%를 적용해 양도세 16억4000여만원을 처분했고 이에 윤씨가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윤씨가 토지 취득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등기하지 않은 점, 등기하지 않은 것에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윤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윤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윤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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