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쓰나미)삼성, '금산분리' 최대 피해.."답이 없다"
(특별기획)②"어떤 경우든 천문학적 비용 소요"
3남매 계열분리 등 그룹재편 가속화 가능성도
2012-10-10 14:00:00 2012-10-10 14:00:0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경제민주화 법안의 '메인 타깃'으로 떠오른 삼성이 대선을 목전에 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정치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내부 전문인력을 풀가동해 법안별 시나리오 구성에 나선 상황이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법안 중 삼성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단연 금산분리다. 금산분리가 시행되면 삼성생명(032830)삼성전자(005930)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레 끊길뿐만 아니라 총수 일가의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돼 예상 피해규모를 견적조차 내기 어렵다는 것이 삼성측 반응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금산분리 시행에 따른 비용을 내부 추산한 결과 삼성생명의 지분 8.8% 매각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드는 비용이 13조원을 훨씬 웃돈다"고 밝혔다. 증권가와 민간경제연구소 등에서 추산한 비용의 2~3배 가량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그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오를지 모르고, 이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자본과 경쟁이 붙을 경우 계속 상승해 13조원의 두배가 될지 세배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순환출자금지, 여야 법안에 따라 피해규모 상이
 
삼성은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선 현대차, 한진 등의 대기업보다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순환출자구조에 대해서는 해소하는 쪽으로 방향키를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여당의 주장처럼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할 경우 삼성 입장에서는 향후 신규 투자에 있어 순환출자 구조를 피해 투자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현재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여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주장대로 기존 순환출자구조에 대한 가공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가공의결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건 사실상 기존 순환출자까지 건드리는 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가공의결권은 대주주가 주식을 직접 갖지 않으면서도 자회사들을 통해 간접 소유하면서 생긴 부풀려진 의결권을 말한다. 가공의결권 제한에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내 다수도 적극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야간 절충점이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 핵심을 이루는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하나는 출자구조의 '시작과 끝'인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I(006400)가 소유한 2개 회사(삼성생명과 삼성물산(000830))의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 그리고 3개의 회사(제일모직(001300), 삼성SDI, 삼성전기(009150))가 보유한 2개 회사(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이다.
 
우선 첫번째 방안의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과,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3대 축인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삼성에버랜드 지주회사 강제 편입의 가능성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각해야 될 지분금액이 약 4조520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은 삼성 입장에서도 큰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번째 방안은 제일모직, 삼성전기, 삼성SDI 등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처분하고, 삼성SDI는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이다. 이 방안의 경우 여러 회사가 주식을 팔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비교적 실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순환출자 해소 비용을 1조3428억원(삼성물산 지분 매각 7968억원,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 5460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이 방안의 장점은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46%에 이르기 때문에 굳이 계열사 혹은 대주주가 반드시 매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비용은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필요한 7968억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금산분리 현실화 가능성 높아져..삼성 "답이 없다"
 
반면 금산분리가 현실화 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그룹 내 보험금융사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그룹으로서는 지배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삼성 측도 이렇다 할 대응 방법이 없다는 반응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분은 총 17.6% 수준이다.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4.7%)를 비롯해 삼성생명(7.5%), 삼성물산(4.06%), 삼성화재(1.26%) 등이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여기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전자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게 여야 경제민주화 방안의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8.8%로 급감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그룹이 금산분리 제도하에서 삼성전자를 지켜내기 위해 지분 교통정리에 돌입할 경우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물론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지주회사 전환 없이 지분 교통정리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가 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전자 지분 8.8%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난 8월10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176조원)에 대한 인수 대금만 15조5000억원가량이 소요된다. 반면 에버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2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즉 단번에 1년 매출의 5배가 넘는 자금을 조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금액이 워낙 커 외부 우호세력에 주식을 '파킹'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금융사의 삼성전자 지분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외국계 자본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35조 소요.."비현실적"
 
삼성그룹이 자발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어떨까. 새누리당 경제민주화모임은 그동안 금산분리 방침을 밝히면서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게 궁극적 해답이 된다고 설명해왔다.
 
예를 들어 에버랜드가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그 아래 한쪽은 전자 등 제조업 계열사, 다른 한쪽은 보험과 증권, 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두라는 식이다. 이를 위해 금융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까다로운 지주회사 규제 때문이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리려면 상장 자회사의 경우 지분의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에버랜드가 전자 지분 20%를 취득하는 데만 35조2000억원이 필요하고,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 데도 최소 3조8000억원이 든다. 중간금융지주 전환 비용은 생명이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한다고 보고 그 밑에 화재, 증권, 카드 지분을 20% 취득한다고 가정한 금액이다.
 
여기에 다른 제조 계열사 지분을 편입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지주회사 전환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
 
◇제3의 해결책,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방안.."현실성 없어"
 
증권가 일각에서는 '제3의 방안'으로 삼성전자의 3대 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삼성 측은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당장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전자 지분 8.8%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15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방안이 없다. 어렵사리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또 다시 지주회사법이 발목을 잡는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넘겨받게 되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돼 다른 자회사 지분까지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치가 자산총액의 50%를 넘으면 자동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물산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20조9219억원, 자회사 주식가치는 10조700억원이다. 전자 지분 15조5000억원이 추가되면 자동으로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테크윈(4.3%), SDS(18.3%), 에버랜드(1.5%), 제일기획(12.6%), 종합화학(38.7%), 석유화학(27.3), 바이오로직스(10.4%)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상장 회사의 경우 20%, 비상장 회사는 40%까지 늘려야 한다. 이는 계산이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 금액이 소요된다.
 
한편 재계에서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화가 현실화 될 경우 이재용-이부진-이서진 3남매를 축으로 하는 그룹의 재편 속도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봤다. 삼성은 앞서 2세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삼성-한솔-CJ-신세계 등으로 다각화된 선례 또한 있다. 이 경우 국내 재계의 지도는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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