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쏟아지는 비판.."MB정부 조세정책 '실망'"
"감세혜택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집중돼..낙수효과 없었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동시추진하는 모순..부채만 늘렸다"
2012-11-09 17:09:40 2012-11-09 17:11:1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내 조세분야 전문학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조차 지난 5년간의 정부 조세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현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또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현 정부의 조세정책·제도 평가와 차기정부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단행된 각종 세법개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세제개편안의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감세정책은 소득세의 수직적 공평성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재벌대기업과 상위소득층에 세제혜택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로 인한 고용효과는 매우 미약하다"면서 "앞으로는 증세를 하더라도 과세형평성을 재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감세정책과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추진한 모순된 정책의 문제점을 집중 질타했다.
 
안 교수는 "일반 가정도 수입이 적으면 지출을 줄인다. 지출이 줄지 않으면 수입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면서 "감세를 했다면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지출을 늘렸던 것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면서 4대강 사업 등 정부지출을 대폭증가시켰다"며 "결과적으로 정부 및 공기업 재정건전성이 이전 정부나 다른나라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또 "정부가 감세를 하면서 트리클다운 효과(낙수효과)라고 해서 선순환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말 그렇냐"고 반문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고소득자, 이른바 '슈퍼리치'에 대한 세율은 현행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만수 이화여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출범 이후 연도별 세제개편의 문제점을 조곤조곤 따졌다.
 
한 교수는 "지난 2008년 세제개편은 조세부담을 감소하면 투자가 늘어 일자리도 늘고, 이에 따라 국민의 소득도 증가하는 선순환구조에 대한 믿음에서 감세정책을 선택했다"면서 "그러나 2009년 세제개편에서는 재정건선성을 강화하는 대폭적인 과세강화로 후퇴했다"고 언급했다.
 
한 교수는 또 2011년 세제개편에 대해서도 "고용창출을 위한 세제를 도입하면서 한편으로는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일부 인상하는 등 과세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며 "정책의 상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래 한림대 교수는 지난 5년간 법인세·소득세 인하 등 감세조치의 혜택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집중됐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일반적으로 경제전반적 효율을 크게 증가시켜 국민경제 전체의 잉여를 일정 정도 향상시키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에 혜택을 집중시켜 대·중소기업간 격차 해소라는 일부 정책 목표에 다소 미흡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소득세 인하에 대해서도 "가령 소득세를 2%포인트 감세하면 소득1분위의 경우는 연간 약 1000원, 최상위계층 소득10분위는 연간 102만8000원 정도의 추가 혜택이 예상된다"며 "소득규모가 큰 고소득층에게 혜택의 귀속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 이후 객석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회계법인 바른의 문점식 회계사는 "정부가 채무를 늘려 쉽게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데, 국가채무는 오늘의 세금은 아니지만 내일의 세금"이라며 "세제논의도 좋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국가채무에 대한 통제절차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토론에 앞서 축사를 전하기 위해 참석한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가 한편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얘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다"면서 "정부가 빚을 내서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을 깎아줬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