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유력 대선주자들이 가계부채 공약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빚탕감을 위한 공공재원 투입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가 하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워 '재탕' 논란도 일고 있다.
1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는 11일 일제히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최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금으로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덜고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의 신용회복을 지원하며 학자금 대출 부담도 낮추겠다는 의도다.
필요한 재원 18조원은 정부가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운영을 위탁한 신용회복기금과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등을 기반으로 채권을 발행해 조달키로 했다. 대규모의 공공 재원을 쏟아부어 빚잔치를 해 주겠다는 얘기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2조원 규모의 '진심 새출발 펀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펀드재원은 금융회사와 정부가 공동 출자한다.
안 후보는 이 펀드로 부양가족이 있는 가구주 1명당 최대 300만원씩 주택임차 보증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금융회사가 세입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대주는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빚을 많이 진 사람일수록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안들인 만큼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결국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원조달과 지원 대상 선정의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갈등마저 조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후보들이 앞다퉈 내세우고 있는 '금리인하' 방안도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 연 39%에서 25%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대출자의 신용도, 파산 위험 등에 따라 정해지는 일종의 '가격'으로 인위적인 조정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법정 최고금리를 급격히 낮출 경우 양성적으로 이뤄지던 대부업의 음성화를 야기할 수 있다. 수익이 악화된 대부업체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옮겨가 돈 빌리기 어려운 서민들이 더욱 고리에 시달릴 수 있는 것이다.
박 후보가 내세운 322만명의 대출 이자 부담 완화도 인위적인 대출 금리인하 공약이다.
전체 대출자 중 약 30%의 대출 이자를 인위적으로 깎아주겠다는 것으로,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보단 금융회사의 건전성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가 제시한 파산자·개인회생자의 금융거래 제한 기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현재 5년인 파산자·개인회생자의 금융거래 제한 기간을 3년으로 줄이겠다는 안 후보의 공약은 특정 계층에 혜택이 집중돼 있는 데다 대출자의 부실 책임은 감면해 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후순위채 피해자 보상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결국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여론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며 "기금이나 펀드를 만들어 특정 계층을 돕고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후보들의 공약 역시 실제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선 후보들의 가계부채 대책이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박 후보가 제시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은 캠코에서 시행하고 있는 바꿔드림론과 비슷하고, 문 후보가 주장하는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구조 전환 역시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안 후보의 '매각 후 임대(Sale and Lease back)'와 '신탁 후 임대(Trust and Lease back)' 제도 추진 또한 우리은행 등을 중심으로 신탁 후 임대 방식으로 이미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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