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일반적으로 감출 것이 많고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은 방어적이다.
최근 18대 대선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와, 소위 '재벌'로 불리는 대형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을 35일 앞둔 지금, 유권자들이 대선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인 TV토론이 올해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다.
야권인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지기까지 TV토론을 할 수 없다는 것. 2대 1로 토론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여러 차례 토론이 무산되자 대선후보가 TV토론을 무서워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토론 레전드'로 불리는 박 후보의 동영상이 돌고 있다. 이를 근거로 박 후보가 또 '말 실수'를 할까봐 토론회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교토 의정서 문제에 대한 해법를 논하는 과정에서 박 후보가 이산화탄소를 이산화가스로, 산소를 산소가스라고 말 실수를 했다. 특히, 박 후보는 대학시절 이공계 전공자라는 점에서 더 논란거리가 됐었다.
자신이 국가 정책에 대한 확고한 그림을 가지고 있다면 2대1로 토론을 하든 100대1로 토론을 하든, 용어를 잘못 쓰든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 CEO들도 다를 바 없다. 지난 9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069960) 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해외 출장등의 이유를 대며 두 차례나 불참했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 정무위는 경제민주화·골목상권 침해 등 최근 쟁점이 되는 사안을 다룰 것으로 전망되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은 '무엇 하나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도 국감 출석일을 교묘히 맞춰 해외로 출국해 버렸다. 때문에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국감은 끝을 맞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들의 행위가 어쩌면 영리할 수도 있다. 공식석상에 나타나 발가 벗겨지느니 차라리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최근에는 잘못을 하더라도 변명하거나 핑계를 대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대형 유통업체 4인방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대선까지 아직 한 달 넘게 남았고 정무위에서도 청문회 날짜를 한 번 더 잡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 악화로 인해 높은 체감 물가와 양극화 심화, 푸어 급증 등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지금 변화와 혁신을 꿈꾸고 있다. 부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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