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곽보연기자] 적통을 둘러싼 삼성과 CJ의 갈등이 소강상태로 돌아섰다. 우려했던 직접적 충돌은 없었지만 앙금은 그대로여서, 회복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일 이병철 선대회장의 25주기 추모식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막판까지 참석 여부를 놓고 저울질했지만 최종 결론은 ‘불참’이었다. 그간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정문 출입 및 한옥 사용이 삼성 측에 의해 불허된 것이 이유라고 CJ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이재현 회장은 참석을 강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그룹 참모진들의 만류가 워낙 거센데다, 삼성이 이날 오전 한옥으로 통하는 진입로를 화단으로 전면 봉쇄한 탓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섭섭함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CJ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대신 장손으로서의 도리는 다 한다는 차원에서 이날 저녁 인재원에서 제사를 지낼 것이라고 CJ 측은 밝혔다. 이날 제사에는 신세계와 한솔 측이 참석하기로 해 삼성의 결정이 주목된다. CJ는 그간 삼성에서 이재용 사장이 매년 제사에 참석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CJ 계열사 사장단은 예정대로 선영 추모식에 참석했다.
반면 삼성은 안도감과 함께 원칙을 지켜냈다는 표정이다. 진입로를 놓고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단호하게 대응함으로써 원칙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그간 CJ가 요청해왔던 정문 출입과 한옥 사용에 대해 사유지 침범이라는 이유를 들어 일관되게 불허해 왔다.
삼성 측에서는 특히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적통 승계자임에도 불구하고 CJ에서 장자집안임을 내세우며 무리하게 여론몰이를 한 것으로 보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상속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CJ가 계속해서 갈등을 의도적으로 표면화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날 추모식 역시 본질인 참배는 도외시한 채 정문 출입 및 한옥 사용이란 부차적 사유를 고집하며 여론을 자극한 것으로 바라봤다. CJ는 이와는 반대로 추모식이 24년간 이어져 온 가족행사였으며, 맏며느리(손복남 고문. 이재현 회장의 모친)가 예외 없이 한옥에서 제수를 준비해 왔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한편 이날 용인 선영에서 진행된 추모식에는 이건희 회장 일가를 비롯해 삼성 계열사 사장단 전원이 참석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추모식은 점심을 곁들여 중식(정오)이 지나서야 끝났다. 한솔은 예정대로 오후 3시에 참배를 할 계획이며, 신세계는 고민 끝에 불참키로 했다.
또 삼성과 CJ, 가족 간 충돌에 집중된 여론을 반영하듯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삼성은 한옥으로 통하는 진입로를 화단으로 막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CJ가 정문으로 주장하는 진입로를 통해 추모식에 참석한 이는 이건희 회장 일가뿐이었다.
◇삼성 측은 19일 용인 선영에서 열린 고 이병철 선대회장 25주기 추모식에서 한옥으로 통하는 진입로(CJ가 주장하는 '정문')를 화단으로 원천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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