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이른바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지도부가 최근 잇따라 교체되면서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양국간의 힘겨루기도 수위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각각 대선과 전국대표대회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펼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강경책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역시 정권교체기를 맞은 우리나라의 정책적인 대응도 매우 중요해졌다. G2가 주목하는 동북아의 핵심 국가로서 어떤 정책적 스탠스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의 기본틀까지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것인지, 전략적 요충지로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흔들 수 있을 것인지 차기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 겉과 속이 다른 미-중 관계 활용해야
20일 정부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정치외교·경제적으로 경쟁관계로 발전하면서 통화정책에서부터 안보정책까지 곳곳에서 갈등구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국이 한편으로는 서로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밀착된 관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흥지역연구센터 소장은 "선거 때와 정권 교체시기에는 아무래도 현실을 과장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 크기 때문에 상호 의존이라는 제약을 벗어난 행동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소장은 "일본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고, 유럽이 재정위기로 무너진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 선진국 시장은 미국밖에 없다"면서 "반대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국채를 사줘야 살아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은 중국이 있어야 하고, 중국도 미국경제가 살아야 물건을 팔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차기 정부의 역할은 G2의 역학관계에서 얼마나 조화로운 정책을 펴느냐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미국에 경제와 안보 모두를 의존했지만,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미국을 추월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 2206억달러로 대미국 교역규모 1008억달러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이장규 소장은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국내문제가 중요하다"면서 "각국의 국내 문제가 순탄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피차간 강경한 모습이 다시 부각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재정절벽문제가 정치권 갈등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수출부진으로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는 데다 급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양극화와 환경오염 등 사회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속도내는 한중FTA 협상..미-중 역학구도 '반사이익' 얻어야
2000년대 후반부터 두차례 연이은 세계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당분간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는 주요 기관들의 전망은 대외의존도가 100%에 달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G2국가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신흥국들이 몰려 있는 아시아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과 미국이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흥국 시장은 유럽재정위기 이후에도 견조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일 FTA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아시아지역 패권을 놓치 않으려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한미FTA가 발효된 후 중국이 한중FTA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미국을 배제한 아시아지역 공동체 설립까지 거론하기 시작한 점은 한중FTA 협상당사자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볼 때 시진핑 시대에 한중FTA는 더 필요해 질 것이다. 우리가 경제적으로도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까지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진행된 협상을 보면 서비스시장은 개방을 안했는데 우리가 과감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또 "한중일FTA도 오히려 역학적으로 속도를 낼 수도 있다"면서 "일본과의 영토분쟁이 실제 이익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을 것이기 때문에 영토문제와 경제문제를 분리하고, 미국까지 견제할 수 있는 한중일FTA가 동력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그런점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중국이나 일본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대외경제장관 회의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권력구도 개편이 야기할 경제 전략적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