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이현동 국세청장이 정권말 무리한 인사를 추진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이 청장이 국세청 고위공무원단 중 일부에게 명예퇴직을 요구했지만, 일부 대상자가 이에 반발하는 등 잡음도 확산되고 있다.
26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이 청장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 준다는 취지로 이달 초 서국환 광주지방국세청장, 하종화 대구지방국세청장, 신재국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장성섭 중부국세청 납세자보호관 등 1955년생 4명의 간부들에게 명예퇴직을 요구했다.
현재 서국환, 신재국, 장성섭 등 3명의 고위직에 대해서는 명예퇴직신청서를 받아냈지만, 하종화 대구지방청장은 본인이 명예퇴직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청장의 요구가 통상적인 명예퇴직 관행에서 벗어나는 데다 행정고시 출신이 아닌 일반직 출신 고위직에만 국한되면서 불거졌다.
국세청은 일반적으로 정년인 만 60세가 되기 2년 앞서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다른 정부조직보다 상대적으로 승진기회가 적은 데다, 퇴직 이후에도 세무조사 경력이나 세무사 자격을 바탕으로 법무법인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굳어진 관례다.
그런데 이 청장은 이보다 1년 더 빠른 퇴직을 요구했다. 관례대로라면 올해 명예퇴직 신청자는 1954년생이 대상이지만, 앞서 명예퇴직을 요구받은 4명은 모두 1955년생이다.
명예퇴직을 하기에는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공무원 취업제한규제가 까다롭게 바뀌어서 재취업의 문도 매우 좁아진 상황이다.
또한 이들 모두가 행정고시가 아닌 일반직 공채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세청 직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직 직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세무서 등 일선 대민업무가 핵심인 국세청은 9급이나 7급 등 일반공채 출신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인사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단행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의 부처 고위공직자 인사, 특히 4대 권력기관 중 한 곳인 국세청의 고위직 인사는 특별한 현안이 없는 한 다음해 새 정부에서 하도록 배려해 왔다.
2010년 8월에 국세청장에 발탁된 이 청장은 임기 2년을 넘긴 상황이어서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교체될 것이 유력하다.
그런 이 청장이 고위직인사를 굳이 대선 직전에 단행하고 있는데 대해 의문이 깊어지고 있다.
일선 세무서 관계자는 "아직 1년 더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굳이 지금 나가라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것도 일반직들만 나가라는 걸 보면, '공정사회'라고 떠들기만 할 뿐 아직도 행시출신들만 출세할 수 있는 세상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예상치 못한 인사에 이 청장이 자신의 퇴임 이후 벌어질 불미스러운 일에 대비해 자기사람을 미리 심어놓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새 정부의 국세청을 이끌 고위직 인사는 새 정부에서 정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이현동 청장이 그렇게까지 무리수를 둬가며 인사를 하는데는 배경이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이 청장이 미리 자신의 사람으로 자리를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보다는 선거 때문에 지체될 수 있는 간부인사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인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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