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임애신기자] 알뜰주유소는 지난해 기름값이 치솟자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에 탄생했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를 대량 구매해 구매단가를 인하하고 이를 기름값 하락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지식경제부의 목표였다.
그 일환으로 알뜰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 할인 카드로 결제할 경우 할인폭을 확대하겠다며 알뜰주유소 전용 카드도 선보였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할인카드는 허울일 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반 주유카드에 비해 특화된 점이 없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소비자들과 카드사들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 알뜰주유소카드의 현주소와 원인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집중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
알뜰주유소 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해 정부 쏟아내는 의욕이 무색할 정도다.
알뜰주유소가 주로 고속도로 등 외곽에 위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알뜰주유소카드의 혜택을 받으려면 전월 사용 금액이 많아야 하는 등 알뜰주유소를 위한 카드가 오히려 알뜰주유소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알뜰주유소카드 '지지부진'..9개월간 발급 규모 7만장 안돼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우리은행이 출시한 '알뜰주유소 우리V카드'는 10월기준으로 1만8000여장이 발급됐다. 9개월 동안 2만여장 도 채 발급하지 못했다.
카드사의 대표상품이 출시 3개월만에 50만장까지 발급되는 것과 대조된다. 알뜰주유소 카드 판매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는 홍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했느냐에 따라 발급수가 차이난다"며 "마케팅이나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해도 9개월간 2만장에 못미치는 것은 판매가 부진한 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이어 지난 3월 NH농협이 선보인 '채움 알뜰주유카드' 역시 판매실적이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이 카드는 11월 기준 신용카드는 4만3474장, 체크카드 5566장을 발급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농협의 경우 지방 고객층도 두텁고 알뜰주유소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우리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급 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알뜰주유소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석유공사에서도 이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한 관계자는 "현재 알뜰주유소 카드의 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며 "일반 국민들이 많이 찾지 않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주유실적은 실적서 제외..카드 혜택 조건도 까다로워
알뜰주유소 카드의 할인 폭이 큰 만큼 혜택을 볼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다.
일반 카드 중 리터(ℓ)당 100원 할인되는 주유카드는 혜택이 높은 상품에 속한다. 알뜰주유카드는 이보다 높은 리터당 최대 150원 할인 또는 200포인트까지 적립해주고 있지만 전제 조건이 만만찮다.
우리V카드의 경우 120원 할인 혹은 150포인트 적립 혜택은 전월실적이 100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제공된다. NH농협의 채움 알뜰주유카드 역시 150원 할인 또는 200원 적립 혜택을 제공하지만 150만원 이상의 전월실적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설상가상 주유 실적은 전월실적에서 제외된다. 쇼핑·교통·음식업 등 일상 생활을 하면서 사용하는 금액만 인정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유소 할인에 특화된 상품이다 보니 생활 밀착형 업종에 대한 할인 혜택은 크지 않다. 전월실적 150만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뜰주유소 카드를 주요 결제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은 한 할인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알뜰주유소의 입지 문제도 알뜰주유소 카드를 찾지 않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이달 27일 현재 알뜰주유소 수는 자영 알뜰 253개·한국도로공사 알뜰 152개·농협 알뜰 394개 등 총 799개다. 대부분 알뜰주유소는 서울 외곽과 고속도로 등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조모(31세) 씨는 "여기저기서 알뜰주유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서울에서는 알뜰주유소를 찾기 힘들다"며 "안그래도 신용카드 많은데 알뜰주유소카드는 알뜰주유소를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사람 아니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