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5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실상 최고경영자로 보직을 옮겨 삼성전자 사업 전반으로 경영 보폭을 넓힌다. 앞으로 휴대폰, TV, 카메라 등 삼성전자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주력 사업을 직접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가의 장남인 이 부회장의 승진은 사실상 예견돼 있던 수순이었다. 올 들어 이재용 부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업계, 통신장비업체 경영자들과 잇달아 회동을 가진 것을 비롯해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도 면담을 진행하는 등 최고경영자에 준하는 행보를 밟아왔다. 문제는 시기였다.
다만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바람이 거세게 일면서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현 시점이 그의 등장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성과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0년 12월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제는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전체의 대외 협력을 아우르는 폭 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북·남미지역 통신사업자들과 긴밀한 협력에 나서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 부호인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회장과 두 차례나 회동했다. 또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겸 최고경영자와 만나는 등 전장부품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닦아왔다.
지난해 10월에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의 추모식에도 참석했으며, 인텔·GM·도요타·지멘스·폭스바겐 경영자들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지주회사인 엑소르 그룹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대외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가 올 들어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이번 부회장 승진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성과주의 인사를 이어 온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올해 승진할 수 있는 충분한 성과를 냈다고 판단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옮겨간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DMC(완제품) 부문을 이재용 부회장이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뒷받침할 핵심 참모로 꼽혀왔던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이 DMC 부문(전사 겸임) 경영지원실장으로 옮겨가는 것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까지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CEO를 보좌하고 있었다면 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최고경영진의 한 명으로 삼성전자의 사업을 두루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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