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10년 째 간질을 앓고 있는 김 모 씨. 고등학생 때 수업 도중 갑작스럽게 찾아 온 간질 발작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더 이상 학업을 지속할 자신이 없어 취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최근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작업 도중 갑작스럽게 찾아 온 발작으로 인해 프레스 기계에 한쪽 손이 잘릴 뻔 했다. 결국 장애인임을 속이고 입사한 사실이 드러나 권고사직 당했다.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김 씨는 그 동안 꺼려 왔던 장애등록을 결심했다. 장애등급 심사결과는 뜻 밖이었다. 연중 발작기간이 간질장애 등록을 위한 최소 기준인 6개월에 미치지 못하다는 이유로 등급외 판정을 받은 것이다.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일상 생활에 심각한 피해가 있음에도 장애등록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김 씨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장애 상태가 등급 기준에 미치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는 장애인들의 고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등급 판정 기준을 개정한다고 7일 밝혔다.
먼저 장애 등록을 할 수 있는 사례가 늘어난다.
앞으로는 ▲간 장애에 있어 중한 합병증이 있는 경우 간장애 3급 ▲늑막에 지속적으로 차오르는 농을 제거하기 위해 구멍을 내 관을 설치한 경우 호흡기장애 5급 ▲특발성폐섬유증으로 호흡기장애가 심한 경우 정도에 따라 호흡기장애 1~3급 ▲간질발작이 3개월만 지속돼도 간질장애 5급▲ 방광에 구멍을 내어 배뇨하는 경우, 요루장애 5급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신설된다.
또 다른 장애 유형과 비교해 등급 판정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우도 개선된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 판정은 현재 지능지수와 함께 사회성숙지수를 반영해 판정하고 있는데 이 중 객관성이 높지 않은 사회성숙지수를 판정기준에서 제외키로 했다.
또 배변기관을 제거하고 체외에 대변주머니를 설치한 경우 중 일부만 5급으로 판정되고 있지만, 냄새 등으로 사회생활이 제약되는 점을 고려헤 4급으로 등록할 수 있게 했다. 합병증이 있는 경우는 그 이상으로 상향할 수 있게 된다.
청각장애 판정의 경우 너무 어리거나 지적장애가 있어서 청력검사가 불가능한 사람에게 현재 3급까지만 판정이 됐다. 앞으로는 객관적인 검사를 보완해 가장 높은 등급인 2급까지 판정할 수 있도록 바뀐다.
아울러 장애등록에 필요한 최소 치료 기간을 단축해 장애인의 등록 불편도 줄일 계획이다.
현재 간질은 진단받고 3년이 지나야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으나 이를 2년으로 단축하고, 호흡기장애 중 약물치료에 양성반응이 있는 경우 바로 등록할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약 4700명이 장애인으로 신규 등록하고, 약 4만2000명의 등급이 상향 조정돼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장애인들이 장애 판정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의 축적된 심사경험을 활용해 장애등급판정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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