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 공표 마감시한인 12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가 발표됐죠? 결과는 어떻습니까?
기자: 그야말로 대혼전입니다. 13일과 14일, 언론사별로 조사 결과를 쏟아냈는데요, 모두 오차범위 이내의 접전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다소나마 앞서고는 있다지만 오차범위 이내여서 전문가들은 통계학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일부 조사에선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서는 역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아예 예측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수준인 거죠.
앵커: 양측은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새누리당은 이미 대세는 굳혀졌다는 입장입니다. 문 후보가 따라붙긴 했지만 적극 투표층에선 여전히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 효과 또한 미풍이라며 평가 절하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이미 대역전이 시작됐다는 입장입니다. 박 후보에게 아직 뒤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미래지표인 추세를 보라고 얘기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양측 모두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하지만 속내는 새까맣게 타들어만 갑니다. 피가 바짝 마른다는 얘기를 양측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불안감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입니다. 일부에선 질 수 있다는 얘기마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긴장감이 극도에 달한 것입니다.
앵커: 흐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문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때 많게는 1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이 무엇보다 든든한 우군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7일 부산을 시작으로 9일 경기 산본, 13일 대전까지 두 사람이 함께 한 곳마다 구름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로 갈 곳을 잃었던 젊은 층이 문 후보를 중심으로 다시 결집되면서 추격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박 후보는 정체 내지 하향세를 걷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자연스레 두 사람 간 지지도가 접점을 찾은 것이죠.
앵커: 지역별 판세는 어떻습니까?
기자: 예전과는 사뭇 양상이 다릅니다. 먼저 PK로 불리는 부산·경남의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문 후보가 이 지역에서 40% 안팎의 지지도를 보이면서 새누리당이 공언했던 1차 저지선 35%선을 손쉽게 뚫어버렸습니다. 박 후보의 안방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죠.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와 첫 공동유세 지역으로 부산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효과를 노린 전략입니다. 부산의 바람을 수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인 거죠.
반면 같은 영남권인 대구·경북은 여전히 완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80%에 육박할 정도로 박 후보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변함없습니다. 호남에선 박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도를 보이며 예상치 못한 선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친노에 대한 호남의 소외감을 적절히 공략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전·충청과 강원은 박 후보의 박빙 우세지역으로 분류되며 제주는 문 후보의 박빙 우세입니다. 결국 2000만표가 운집한 수도권에서의 승패가 대선 결과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서울은 문 후보가 경기·인천은 박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입니다.
앵커: 세대별 대결 양상도 뚜렷하다죠?
기자: 네. 20·30대 젊은 층은 문재인, 50·60대 중장년층은 박근혜로 지지 후보가 명확히 갈렸습니다. 결국 관건은 40대입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40대는 아직 표심을 결정짓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40대를 부여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박 후보가 민생을 기치로 내걸며 문재인·안철수 연대를 정략적으로 모는 것도, 문 후보가 박 후보에 대한 역사관을 공략하며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것도 40대를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결국 매번 선거마다 여론의 풍향계 역할을 하며 이념과 이해 성향을 동시에 보인 40대가 이번 대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세대별 무게추는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닷새를 규정할 남은 변수는 무엇입니까?
기자: 양측 모두 투표율을 최종 변수로 보고 있습니다. 70%를 기준으로, 이를 하회하면 박 후보가, 상회하면 문 후보가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중앙선관위가 최근 유권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층이 무려 80%에 이릅니다. 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이 한 치의 틈도 허락지 않고 결집된 탓에 투표에 대한 의사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난 결과입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이번 대선에서 시행된 재외국민 투표율이 71.2%를 기록하며 마감했습니다. 지난 4·11 총선 때의 45.7%와 비교하면 무려 25.5% 높아진 수치입니다. 문제는 투표 참여에 대한 열기가 20·30대로 옮겨 붙느냐입니다. 이들은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신부동층으로 돌아서며 투표 참여 의사를 높이지 않았지만 최근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하며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매진하고 있어 이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발길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우려하는 부분이자 민주당이 기대하는 대목입니다.
이외 16일 실시될 마지막 TV토론도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향배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됩니다. 문 후보가 1차 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 가려 존재감을 잃었지만 2차 토론에서는 상당 부분 만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박 후보는 1차 토론에서 실패했던 감정조절을 2차 토론에서는 보이진 않았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여전히 문 후보에게 밀렸다는 게 지배적 평가입니다. 주말 유세 총력전과 더불어 TV토론이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입니다.
돌발변수도 안갯속 대선 정국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 여부를 놓고 양측은 이미 한바탕 격돌했습니다. 여기에다 13일 서울시 선관위로부터 적발된 새누리당의 불법선거사무실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습니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소속 간부가 여의도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선거사무실을 차리고 직원 7명을 고용해 지난 9월부터 SNS 등에 박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여론 조작을 해 왔다는 혐의인데요, 서울시 선관위는 14일 이들 8명 전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습니다. 게다가 현장에서는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 두 박스를 비롯해 입당원서, 박 후보의 일정표, 당에 제출한 활동상황 보고서 등의 증거물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은 서둘러 선대위 관계자가 불법으로 선거사무실을 운영한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일체의 지시나 보고는 없었다며 무관함을 강조했습니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 식인데요, 동시에 선관위가 해당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은 피의사실 공표라며 공세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또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터져 나오는 의혹들을 허위 비방의 마타도어로 규정한 것인데요, 글쎄 유권자들마저 이를 흑색선전으로 받아들이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지난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과정에서 당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는 한 펜션에 불법 콜센터를 차려놓고 불법선거운동을 하다 민주당과 선관위에 의해 적발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는 엄 후보의 패배를 낳는 결정타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었습니다.
또 12일 발사된 북한의 장거리 로켓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기존 여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북풍이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전쟁 대 평화 구도로 재편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또한 여권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 같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특히 발사 전날까지 로켓을 해체했다는 정부 입장과는 달리 북한이 차질 없이 발사를 성공리에 마침에 따라 안보무능에 대한 질타도 강해졌습니다. 일명 노크 귀순에 이어 다시 한 번 안보 최전선이 구멍 뚫렸다는 야권의 공세를 피할 수 없게 된 셈이죠.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 참여정부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무력 충돌이 연이어 재개된 점 또한 여권으로선 곤혹스런 대목입니다. NLL을 쟁점화 시키며 안보카드를 꺼내든 박 후보로서는 일정 부분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