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완주냐 사퇴냐.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행보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간 강조해왔던 ‘정권교체’에 해답이 있다는 분석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1·2차 TV토론을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만큼 16일 마지막 3차 TV토론 이후가 사퇴시점으로 유력해 보인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완주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역사에 죄를 지을 수는 없다. 정권교체가 역사적 대의”라는 속내를 보였다.
다만 이 경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일정 부분 명분을 깔아줘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종북 논란과 분당 사태 이후 민심이 통합진보당을 떠나면서 정책공조 등 민주당과의 연대 또한 깨졌다. 특히 안철수 전 후보 지지세력 등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문 후보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이 후보의 지지율은 1% 안팎이다. 단단한 조직은 최대 강점이다. 투표율 70%를 가정할 때 이 후보의 최종 득표수는 28만여표다. 현재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오차범위 이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어 이는 당락을 결정지을 변수로 작용 가능하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15대 대선의 표차는 불과 39만여표였다.
엄중한 상황을 바라보는 복잡한 고민은 통합진보당 선대위 내부로부터도 흘러나온다. 4·11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까지 야권연대를 통해 연립정부 구성을 꿈꿨던 구상은 무참히 깨졌다. 진보정의당과도 갈라진 만큼 이제 무소의 뿔처럼 독자노선을 걸을지, 그래도 박근혜 집권만은 막아야 할지를 놓고 격론이 이어졌다고 한다.
김미희 대변인은 14일 “현재 완주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정권교체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추세다. 이정희 후보는 진보적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된 입장이 녹여든 결과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TV토론을 통해 침체됐던 당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면서 “이젠 당을 추스를 차례다. 1%포인트 차이로 대선 승패가 갈릴 경우 또 다시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당이 설 수 있는 기회를 내던지는 행위”라고 말했다. 10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권교체에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V토론에서의 이 후보 발언을 유심히 보라고 했다. 1·2차 토론에서 연거푸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다”는 후보 스스로의 약속을 부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걸림돌을 자처해 진보진영의 무덤이 될 수 없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민주당은 일단 “이 후보가 사퇴하면 분명 도움은 된다. 이 후보 지지층이 박근혜를 찍진 않을 것 아니냐”며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사퇴를 위한 조건이나 화답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일부에선 “문 후보 지지선언은 부담”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완주하든 사퇴하든 그건 통합진보당과 이 후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3자 위치임을 분명히 했다. 계륵이 된 이 후보의 위치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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