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 여부를 수사해온 경찰이 17일 중간수사 결과를 공식 브리핑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8)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수십개의 ID 사용 흔적을 발견했지만 대선후보 관련 댓글 작성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개인용 컴퓨터 2대의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복구해 분석한 결과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휴대용 메모리 USB와 휴대전화 등은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은 "확보된 증거들을 토대로 필요하면 김씨를 재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강제 수사할 근거가 없음을 분명히 해 김씨에 대한 수사는 임의수사 단계에서 머무를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올해 9월부터 40여개의 ID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은 있지만 민주당이 고발한 내용대로 댓글을 작성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40개 ID가 어떤 포털에 가입된 건지, 타인의 명의로 가입된 내역이 없는지 등은 파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조사한 것은 하드디스크 복원내역 뿐이며 포털 아이디 명의 등은 통신사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라 확인할 수 없다"면서 "IP 추적 역시 강제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 현재로는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앞서 경찰은 대선 3차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16일 저녁 10시30분경 이례적으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해 시비를 자초한 바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조사를 끝내고 수사내용을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치권 내에선 이 같은 결과가 이미 예측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김씨가 댓글 등을 통해 여론조작에 관여했다 할지라도 3일은 이 같은 기록을 지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란 설명이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는 것이 당연하며, 이는 여야 간 진실공방의 빌미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국내 최고의 범죄 심리학자인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앞서 15일 잇달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대한민국 최정예 정보기관 국정원이 단지 대통령후보 한 사람의 개인 '댓글 알바'사무소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믿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국정원과 직원 김 씨의 대응은 이런 제 희망과 기대를 산산이 부숴버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수사이 제1원칙인 '현장보존' 및 '신속 임장'이 깨져 버렸기 때문에 '명징한 진실' 규명에는 오점이 남게 됐다"며 "시간의 경과와 임의제출 과정에서의 모호함으로 인해 '증거의 무결성'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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