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떠돌던 설이 서서히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그간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선 막판 새누리당이 정부의 협조 속에 NLL을 둘러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힌다는 내용의 설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그간 "NLL 대화록을 꺼내보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며 문 후보와 민주당을 압박해왔다. 정문헌 의원이 최초 제기한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따로 만나 서해북방한계선인 NLL을 포기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였다.
이른바 신북풍 카드를 통해 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대선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비공개 단독 정상회담이 없었으며, 수행단의 메모가 와전된 것이란 민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대화록 카드는 여론의 주목을 이어가지 못했다. 여기에다 국정원이 자료 공개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는 설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1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전격적으로 제출받았다. 대화록을 둘러싼 각종 고소·고발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제출받은 자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체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국정원의 자료 제출과 동시에 박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좼다. 박 후보는 이날 충남과 경기 남부, 인천을 잇는 거점유세에서 "(문 후보의) 국가관과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를 확인하려면 남북정상회담의 NLL 관련 발언을 확인해 보면 된다"며 "문 후보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극구 반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문 후보 측도 강하게 맞받아쳤다. 문 후보는 이날 동인천역 남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NLL 회의록이 공개되면 그 속에 저 또는 우리 민주진영에게 혹시라도 불리한 면이 있을까 조금이라도 염려 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할 것을 주문했다.
문 후보는 특히 "제가 그 회의록을 최종적으로 감수하고, 정부 보존 기록으로 남겨두고 나온 사람"이라면서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참고하라고 이 정부에 넘겨주고 나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진성준 선대위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흑색선전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진 대변인은 "이미 여러 차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절대 정쟁이나 선거운동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정상회담 대화록은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결코 공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 대변인 등 선대위 핵심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청래 국회 정보위 간사는 원세훈 국정원장과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제출된 자료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아니다 ▲검찰에 제출된 자료 또한 외부에 유출되는 일은 없다 ▲대선 전에 자료 내용이 유출되거나 공개되는 일은 없다 ▲정상회담 대화록 자체가 공개되는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에서 대화록 관련 자료 일부를 검찰에 제출한 것은 확인됐지만 이 자료는 밀봉돼서 전달됐고, 양측 입회하에 개봉하도록 약속이 됐기 때문에 마치 대화록 관련된 자료가 공개된 것처럼 보도되거나 떠드는 것은 실제 국정원에서 검찰로 넘긴 자료와 무관한 날조된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대선을 불과 이틀 남기고 새누리당이 막판에 꺼내든 NLL 대화록이 과연 효과를 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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