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부진에 허덕이는 일본 기업들이 UHD TV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어 TV를 둘러싸고 한·일 기업 간 팽팽한 자존심 대결도 예상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13 CES'에서 85인치와 110인치 UHD TV를 동시에 선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5인치 UHD TV는 내년 중 양산에 나서지만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110인치 제품에 대해서는 양산과 출시 여부가 미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LG전자가 지난 8월 세계 최대 크기의 84인치 UHD TV를 선보인지 반년 만에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각국 제조사 UHD TV 속속 출시하자 삼성전자 방향 선회
관련 업계에서는 콘텐츠 부족을 이유로 UHD TV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었던 삼성전자가 돌연 방향을 선회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내년 대형·프리미엄 TV 시장의 화두가 UHD TV로 집중될 조짐을 보이자 업계 1위인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UHD TV 시장은 LG전자가 포문을 연데 이어 일본 기업들도 속속 가세하는 형국이다. LG전자가 지난 8월 국내에서 84인치 UHD TV를 출시한데 이어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등으로 점점 출시 국가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 소니도 미국에서 지난 11월부터 LG전자와 동일한 크기의 제품 판매에 나섰다. 도시바 역시 지난 5월 55인치 UHD TV를 선보이는 한편, 내년 2월에는 샤프가 64인치 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중국 하이센스도 내년에 65인치 UHD TV를 내놓기로 함에 따라 2013년은 UHD TV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CES를 주관하는 전미 소비자가전협회(CEA)가 최근 UD TV와 4K로 혼용되고 있는 명칭을 '울트라 HD(UHD)'로 통일하도록 각 제조사에 요청한 점도 이러한 업계의 분위기를 반영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가 공히 UHD에 관심을 보이자 삼성전자도 뒷짐을 진 채 관망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OLED TV 출시 지연..제조사, UHD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
전문가들은 기존 제품보다 1인치를 키운 85인치와 110인치 제품을 동시에 출품하는 것을 두고 경쟁사를 의식한 기선제압용이라고 평가했다.
대형 UHD TV 양산에는 한발 늦은 만큼 대형화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산 여부조차 불투명한 110인치 제품까지 내놓은 것은 시장 선점에 나서지 못한 초조함의 방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PDP TV 시장에서도 대형화 제품이 이슈가 되면서 100인치를 넘는 제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지 못했다"면서 "수익성을 노리기보다 제조사 간의 자존심 경쟁 차원에서 대형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발광다이오드(OLED) TV 양산이 수율 등 기술적 난제로 출시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율 안정화가 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UHD TV를 통해 대형·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프리미엄 TV 시장서 한일, 치열한 자존심 경쟁 펼칠 듯
삼성전자까지 UHD TV 시장에 가세하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을 두고 한·일 양국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 등은 내수중심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 참패한 경험을 거울 삼아 UHD TV 시장에서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기 때문이다.
소니의 경우 독자 기존 독자 표준을 고수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 영상압축표준 기술을 공개하는 등 개방화 전략을 취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 NHK는 지난 1995년부터 UHD용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등 뛰어난 화질에 비해 콘텐츠가 빈약한 약점을 채우기 위해 제조사와 방송사 공히 협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의 상황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LG전자는 지난 14일 KBS와 UHD TV용 다큐멘터리 공동제작과 사업제휴 계약을 맺고, 콘텐츠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조사들이 UHD TV를 속속 출시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NHK 등에서도 시험 방송을 펼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이제 겨우 방송사와 제조사 간에 제휴를 맺는 등 콘텐츠 전략에서는 다소 일본이 앞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두 업계가 본격 나서면서 UHD TV 전망에 대해 긍적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각 제조사들이 화질을 앞세워 적극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OLED TV가 기술적인 걸림돌로 인해 서서히 보급되는 반면, UHD TV의 경우 해상도와 화질 등 차별화된 콘셉트로 빠르게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대형 TV 시장의 화두는 단연 UHD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조사들이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과거 풀HD도 콘텐츠가 거의 없었지만, 선두 업체들이 제품 생산에 나서면서 성장한 사례가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 중 가시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84인치 UHD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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