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바젤Ⅲ 도입이 돌연 연기됐다. 금융위원회가 도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해외 주요국들의 동향을 살펴 추후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시행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21일 금융위에 따르면 바젤위 27개 회원국 중 당초 합의 일정대로 내년 1월부터 바젤Ⅲ 시행을 계획 중인 국가는 일본, 싱가폴 등 11개국이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9개국 등은 초안만 발표한 상태로 아직 최종안을 확정하지 않았고 터키는 내년초 규제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시아국가들의 적극적인 바젤Ⅲ 도입과는 달리 미국과 EU는 바젤Ⅲ 도입을 연기하고 있다.
◇각국별 바젤 Ⅲ 이행상황(’12.12.14, BCBS)
(자료 : 금융위원회)
미국은 지난달 9일 발표를 통해 내년 1월 바젤Ⅲ 도입은 어렵다고 밝혔다. EU 역시 유럽의회에서 규제안에 대한 최종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월 시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내에서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바젤Ⅲ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럽은 물론 미국도 바젤Ⅲ 적용을 연기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금융위는 계획대로 바젤Ⅲ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에서 "해외 주요국들의 움직임을 봐가며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지원 금융서비스국장은 "지난해 초부터 바젤Ⅲ 도입 준비를 추진해 현재 바젤Ⅲ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라면서도 "바젤Ⅲ의 국내 시행시기를 결정함에 있어 최근의 국제동향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17개 국내은행의 바젤Ⅲ를 적용한 BIS 비율은 14.09%로 국내 은행의 자본적정성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1월부터 바젤Ⅲ가 도입되도 건전성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바젤Ⅲ 도입 연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월부터 바젤Ⅲ를 도입하면 우리나라 은행 건전성이 아시아 국가들 중 최고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경우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BIS)이 올라가 대외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우리나라가 먼저 시행한 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지냐"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이 1월부터 시행을 확정했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아시아 국가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적어도 미국과 EU가 시행에 나서야 한다. 이들과 보조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눈치작전'을 벌이겠다는 얘기다.
정지원 국장은 "미국, EU 등 BCBS 회원국 중 16개국이 아직까지 규제안을 최종 확정하지 않고 있으며 내년초부터 시행이 어려운 국가가 상당수 있다"며 "바젤Ⅲ의 국내 도입하는 당초 정책방향은 유지하되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던 국내 적용시기는 해외 주요국의 동향 등 관련사항을 면밀히 보아가며 추후 결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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