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대한전선이 시세조종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외국계 증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지상목)는 대한전선이 "시세조종으로 입힌 피해를 배상하라"며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도이치증권이 장 마감 직전 대량거래를 하는 것은 정상적 헤지거래의 일환이 아닌 시세조종행위"라면서 "도이치은행은 옵션계약의 기초자산인 한미은행 주가에 영향을 주는 거래를 해서는 안 될 의무를 져버리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였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한전선이 입은 손해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옵션계약기간 동안 전체적인 한미은행 주식 종가를 살펴봐야 한다"며 "시세조종이 다음날인 20일 종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만큼 직접적으로 시세조종에 의해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시세조종으로 인해 주식의 종가가 낙아웃 가격 이상으로 한번 형성된 것만으로는 대한전선이 콜옵션행사 상실에 따른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세조종이 없었더라도 대한전선은 그 다음날 콜옵션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전선은 지난 2003년 4월 도이치은행이 갖고 있던 한미은행(현 씨티은행) 주식 285만여주를 주당 7930원에 팔면서 한미은행 주가가 2003년 6월27일부터 1년 동안 1만5784원 미만이면 원래 가격대로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에 주식거래는 도이치증권 아시아에 위임했다. 대신 같은 해 6월부터 1년 동안 한미은행의 주가가 일정가격의 두 배인 1만5784원이 넘어가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녹아웃(Knock-out)' 조건을 걸었다.
이듬해 2월19일 한미은행 주가가 1만58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자 도이치은행의 직원은 종가를 1만5784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장 마감 직전 93만여주를 대량 매수주문하는 등 시세를 조종했다.
이에 대한전선 역시 35만여주를 매도주문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결국 주가는 1만5800원으로 마감했고 대한전선은 콜옵션 행사를 못해 200억여원의 손해를 입었다.
결국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도이치증권과 대한전선의 직원들은 각각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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