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재정절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순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시장은 자금 유출 등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정절벽 우려 완화로 글로벌 자금 亞->美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재정절벽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미국 실물경기 회복과 함께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지난해 해외 자본 유입으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아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재정절벽 우려로 자금 유출이 지속된 미국에 반해 아시아 자산시장은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올해에는 이 같은 흐름이 역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펀드조사업체 EPFR과 리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주식형펀드에서는 35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주식형펀드는 약 10억달러가 유입됐다.
기간으로도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2월말까지 11주 가운데 9주 동안 미국 주식형펀드는 자금유출을 기록했지만 아시아 신흥국 주식으로는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4분기 동남아를 비롯한 주요 아시아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러한 자금 흐름에 기인한다.
일본을 제외한 MSCI 아시아 태평양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5.6% 올랐으며 대만 가권지수는 2.4%, 홍콩 항셍지수는 무려 16% 상승했다.
반면, 미국 S&P500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 오르는 데 그쳤다.
홍하오 자오인증권 수석 펀드전략가는 "재정절벽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미국에 대한 리스크는 크게 줄었다"며 "이를 계기로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가 밸류에이션, 아시아보다 미국이 낮아
주가 수준을 보더라도 아시아는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특히, 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의 주식은 지난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태국과 필리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모두 2.5배였으며 인도네시아는 3.1배였다. 이는 미국 주식의 PBR 2.1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빌 말도다노 HSBC글로벌 자산운용 태평양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세안국가에는 좋은 기업이 많이 있지만 주가 수준을 보면 투자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재정절벽 합의안이 통과된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며 미국은 향후 몇 달 동안 연방정부 채무와 정부지출 삭감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고전할 수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이 재정절벽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는 것 만으로도 기업들은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자금 이동은 아니더라도 미국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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