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황민규기자] 삼성의 새해 첫 대형 프로젝트가 끝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초대형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Merck)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부문에 대한 인수를 비밀리에 추진해 왔으나, 성사 직전 무산됐다. 무산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삼성은 머크의 바이오시밀러 부문 인수를 시간외 대량매매인 블록딜(Block Deal) 방식으로 추진했으며, 양사 내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관계자가 극소수에 달할 정도로 협상 과정이 비밀스러웠다.
◇심성전자 서울 서초동 사옥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딜이 성사 직전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중순경 공식발표도 가능해 보였다"면서 "왜 결렬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측의 협의가 시작된 시점이 지난해 하반기"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수개월 간 극비리에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양사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삼성은 "머크 일부사업 인수 추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머크의 한국지사인 한국MSD 관계자 역시 "미국 본사로부터 어떤 내용도 전해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는 관련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성사가 안된 내용을 굳이 확인해 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기존 사업 부문 외에 새로운 행보를 보인다면 첫 단추는 바이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은 전자, 특히 무선사업부(IM)에 지나치게 편중된 의존성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컸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전자를 이끌던 최지성 부회장이 지난해 6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신수종 사업에 역점은 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은 금융·건설·중공업 등 전자를 제외한 여타 계열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주문함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이미 지난 2010년 5월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분야를 그룹의 향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오는 2020년까지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이후 바이오로직스를 축으로 바이오 제약 부문에 대해 꾸준하게 접근해 왔다. 생산(바이오로직스)과 연구개발(바이오에피스) 등 수직구조를 갖췄으나 후발주자인 탓에 한계도 뚜렷했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이로 인해 삼성은 한계를 뛰어넘을 묘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이는 머크라는 시장 지배력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와의 합작 가능성 타진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다. 화이자, 존슨앤존슨과 함께 세계 제약시장을 주무르는 큰 손인 머크는 세계 14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여기에 삼성이 공을 들이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 약과 효능은 거의 동일하면서도 약값은 20~30% 저렴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일치된 평가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블루오션으로 지목하면서도 시장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기조차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다.
머크는 그간 일부 중복되는 사업 부문의 매각설이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자에서만 지난 한해 30조원에 육박할 영업이익을 거둔 삼성이라면 충분히 접근을 시도해볼만 했다는 얘기다. 연구개발에 치중하는 머크의 전통을 잇기 위해 불필요한 사업 부문을 재조정하고 이 과정에서 대규모 유동성마저 확보하게 된다면 일석이조일 수도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지난 2일 신년 하례식에서 "더 멀리 보면서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아내야 한다"면서 "시장은 넓고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진출 선언이라는 게 재계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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