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기러기 아빠인 박철민(46)씨는 항상 퇴근길에 집 근처 편의점을 들른다. 아침과 점심을 밖에서 해결하는 그는 혼자 저녁을 먹기 위해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것 보다 편의점에 들러 다양한 도시락을 골라먹는 것이 편하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 맛있고 간편하며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최근 몇 년 새 박 씨와 같은 1~2인 가구와 식사값을 아끼려는 알뜰족이 증가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레인지에 몇 분만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어 간편하고 일반 식당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처럼 수요가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00%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10여 년 전 편의점 도시락이 처음 출시됐을 때보다 종류는 수십 배는 많아졌고 소비 타깃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격대도 훨씬 다양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편의점 도시락 경쟁은 점차 뜨거워졌고, 저마다 소비자 입맛을 맞추기 위해 치열한 차별화 전략을 전개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U는 집밥을 그리워하는 직장인들을 겨냥해 매장에서 직접 밥을 지어주는 '즉석밥 특화점'(왼쪽 사진)을 운영한다.
이 매장에서는 국내산 쌀로 지은 따끈따끈한 밥을 맛볼 수 있다.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가 좋은 미트볼, 돈까스, 닭갈비, 제육볶음, 소불고기 등 반찬을 따로 판매해 즉석밥과 함께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오피스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역삼점을 비롯해 전국 20여개 점포를 테스트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 추이를 지켜보고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CU는 식사 시 국을 함께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춰 도시락에 국을 포함한 도시락도 지난달 출시했다.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은 두루치기 볶음 등 4가지 반찬과 미소된장국을 더한 구성으로 이달 중순 부터는 가쓰오부시로 맛을 낸 어묵한컵을 국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GS25는 중장년층을 겨냥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도시락'(아래 사진)을 판매하고 있다.
70~80년대 학창시절 보낸 이들에게는 익숙한 빨간 소시지와 볶은김치, 달걀부침을 넣어 흔들어 먹는 양은 도시락을 재현했다.
일반적으로 인기가 좋은 3000원대 도시락에 비해 23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해 8년 넘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인의 대표 간식인 치킨을 도시락에 접목시킨 'BBQ 치킨 도시락'도 있다. 치킨 업계 1위인 BBQ와 함께 개발한 제품으로 짭짤한 치킨가라아게와 중화풍 매콤 깐풍치킨 두 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노량진 학원가에서 수험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컵밥'(아래 사진)을 상품으로 개발해 출시했다.
출근하기 바쁜 아침시간에 빠르게 먹을 수 있도록 컵에 밥과 반찬을 함께 담은 제품으로 참치마요컵과 전통비빔컵 2종이며 주로 대학가 근처 점포에서 인기가 높다.
전통비빔밥을 도시락 형태로 재현한 '신 전통비빔밥'도 있다. 이 제품은 소고기볶음과 표고버섯, 도라지, 취나물, 콩나물, 호박, 당근, 계란지단 등 8가지 고명과 양념 고추장이 들어 있어 집에서 준비하기 번거로운 비빔밥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은 간편하고 저렴한 데다 도시락 구입 시 생수, 라면 등을 주는 프로모션이 많아 20~30대 직장인을 비롯해 중년층까지 인기가 확대되고 있다"며 "도시락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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