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환경 팔짱 끼고 있어도 되나"
국제 인터넷 거버넌스 첫 논의장 열려
시민사회 "국가 주도 반대, 이용자 목소리 중심 돼야"
2013-01-11 21:10:37 2013-01-11 21:20:01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올해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와 내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등 잇단 국제회의 개최를 앞두고 이용자 중심의 인터넷 환경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제1회 국제 인터넷 거버넌스와 이용자의 참여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용자 중심 환경과 관련해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세미나는 인터넷거버넌스 이슈에 시민사회가 선제대응하자는 취지로 열렸지만 논의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보라미 변호사는 “우린 인터넷 거버넌스 경험이 없다. 이번 ITU 결정의 비공개주의, 폐쇄주의는 인터넷 거버넌스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 내에서 정리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며 “견해를 정리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세미나 취지를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현재 어떤 룰도 없어 제도화 하는 과정”이라며 “정부 주도로 가느냐, 이해당사자들 합의로 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참여연대 등 10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망중립성이용자포럼은 매달 회의를 여는 등 세미나를 정례화 해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거버넌스..정부 주도? 이용자 중심?
 
이번 세미나 개최는 지난달 ITU의 새로운 규칙이 통과된 게 계기가 됐다.
 
새 규칙에는 ‘국제기구에서 인터넷에 대해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국내 대표로 참석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여기에 찬성표를 던져 검열 우려를 낳고 있다.
 
방통위의 행보는 한국이 내년도 ITU 전권회의 개최국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시민사회는 정부 규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동만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은 인터넷 거버넌스의 특성을 '바텀-업(Bottom-Up)'으로 설명하며 “ITU 규칙은 ‘탑-다운(Top-down) 형태라는 문제가 있다. 팔짱 끼고 앉아 있으면 정부가 알아서 해주는 거 아니다.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ITU가 보안을 강조해 이 같은 규칙을 정했지만 여기서 국가 개입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인터넷은 무엇보다 이용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건 실제 쓰는 사람을 통해 나오고 여러 시각의 사람이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 이게 인터넷 거버넌스의 핵심이자 키워드”라며 “인터넷정책은 정부 혹은 전문가만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실제 쓰는 사람을 반드시 포함해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텀-업’ 좋긴 한데 방통위가 믿음 준 적 있나”
 
이 원장은 “앞으로 과제는 아래쪽에서 만들어 위에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며 “인터넷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어떤 협력체계를 가져가야 하는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견도 나왔다. 무엇보다 이용자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만큼 행정부가 건강한 역량을 갖췄느냐 하는 점에 참석자들은 의구심을 표했다.
 
전응휘 상임이사는 “‘관습적으로 민간이 해온 걸 국가가 관여해서 개입하자’ 최근 국제회의에서 그런 제안이 나왔고 거기에 인터넷이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며 “대부분은 국가가 규제를 안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규제범위에 인터넷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문제”라는 시각을 보였다.
 
전 이사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 인터넷주소자원법 제정으로 인터넷을 국가 규제 영역에 포함시킨 세계 최초의 나라다.
 
형사소송법을 강의하는 교수로 자신을 소개한 방청객은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정부를 늘 꿈꾼다”면서 “이 자리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방통위도 키사(KISA, 한국인터넷진흥원)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이 방청객은 “망 중립성 사례를 보면 방통위가 누구를 대변하는지 알 수 있다”며 “경험상 이 문제는 요원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도환 방통위 인터넷정책과 사무관은 “인터넷주소자원법이 실제 어떻게 암흑기를 만들었는지, 어떤 폐해가 있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라”며 반박하는 등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용자 목소리 찾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세미나는 이용자의 목소리 찾기를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달 ITU 회의의 경우 시민사회 인사가 같이 참여한 여타 나라와 달리 한국은 방통위 공무원만 참여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
 
김재연 Global Voices Online 활동가는 “인터넷은 그동안 정부나 기업이 주체했고 그래서 더 널리 확산된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이용자 목소리는 묻힌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의 글로벌 속성을 들어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당연히 투명하고 다원적이어야 한다”며 “시민사회가 먼저 협력단위를 찾되 그건 개별국가 아닌 초국가적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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