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황제 협주곡'과 '운명 교향곡'으로 올해 연주회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올해 첫 연주회인 '서울시향 마스터피스 시리즈 I'이 열렸다.
특히 이날 연주회 실황은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 발매를 위해 녹음돼 눈길을 끌었다.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경우 첫 실황 녹음이기도 하다. 앨범은 오는 4월경 발매될 예정이다.
먼저 1부에서 김선욱과 서울시향이 함께 연주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 장조, 작품73 '황제'다.
1809년 베토벤이 전쟁의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든 이 곡은 일명 황제 협주곡이라 불린다. 마치 전쟁의 포화처럼 울리는 관현악, 그리고 그 가운데 펼쳐지는 섬세하고 유려한 피아노 연주의 대비가 감상의 주된 포인트다.
1악장에서는 강렬한 화음의 관현악이 울려퍼지다가 곧장 화려한 피아노 연주로 이어진다. 특히 타악으로 조성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울려퍼지는 김선욱의 섬세하고 유려한 피아노 타건이 돋보였다. 이어 영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느린 2악장을 지나 다시 역동적인 느낌의 3악장으로 이어진다.
중반부 즈음에는 타건의 명확함이 조금 떨어지는 듯 했지만 전반적으로 김선욱의 곡 해석에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지난 2009년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 경험 때문인지 김선욱의 연주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앵콜 곡 역시 베토벤이었다. 김선욱은 소나타 비창을 진한 슬픔으로 녹여내면서 청중에게 많은 박수를 얻었다.
2부는 서울시향의 연주로만 진행됐다. 곡명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c장조, 작품67으로 일반인에게는 운명 교향곡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곡이다.
유명한 4개의 동기 음으로 시작되는 1악장, 부드러운 현악으로 사색적 분위기를 표현하는 2악장, 저현부의 웅장함과 고현부의 경쾌함을 대비시키는 3악장에 이어 마지막 승리의 분위기로 이어지는 4악장에 이르기까지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연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명훈은 특유의 영적인 분위기로 곡 전체를 감싸면서 고전적이면서도 극적인 음악 구조를 유감없이 표현했다.
한편 이날은 공교롭게도 정명훈의 환갑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2부 앵콜곡으로 비제의 <아를의 여인> 제2모음곡 중 파랑돌이 마에스트로의 지휘 없이 연주됐고, 마에스트로는 지휘석에 걸터 앉아 스크린을 통해 세계각국의 인사들이 보낸 축전을 감상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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