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장 "음반 데뷔 벌써 20주년..자랑스럽다"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투어 기자회견
2012-11-29 15:57:39 2012-11-29 16:02:07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연말을 맞아 리사이틀 공연으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지난 2009년 국내 전국 10개 도시 리사이틀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지 3년 만의 내한이다.
 
특히 올해 공연은 더욱 의미가 깊다. 사라 장이 열한 살이던 1992년 세계적인 레이블인 EMI 클래식에서 음반을 발매한 지 2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데뷔해 신동으로 추앙받다 이내 잊혀지고 마는 많은 아티스트들과는 달리, 사라 장은 테크닉과 감수성의 조화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국내외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라 장은 지난 20년 동안 무려 19장의 음반을 발표하는 등 라이브 연주 외에도 꾸준한 음반 활동으로 관객과의 소통 통로를 넓혔다. 디지털 음원이 활발하게 유통되는 시기임에도 아직까지는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CD가 더 좋다'는 사라 장은 리사이틀 투어 외에 20주년 기념 음반 박스도 발매할 예정이다.
 
이번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투어는 내달 1일부터 16일까지 광주, 대구, 수원, 창원, 군포, 대전, 부산, 서울 등지에서 진행된다. 프로그램에는 비탈리의 '샤콘느',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등이 포함되며 영국의 피아니스트 애슐리 바스가 협연자로 나선다.
 
리사이틀 투어를 앞두고 한국에 미리 도착한 사라 장은 29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한편, 음반 데뷔 20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사라 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 많이 알려진 곡 위주로 선택했다. 곡 선택의 기준은?
 
▲ 옛날부터 너무나 사랑하는 곡들이다. 프로그램으로 하고 싶은 곡들을 다 넣은 것 같다.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짤 때 주제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독일 작곡가의 곡, 프랑스 프로그램 등을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이탈리아 곡, 러시아 곡, 미국 곡 등 아주 다양하게 넣어 '유나이티드 네이션'같은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웃음).
 
제가 예전부터 너무나 사랑했던 비탈리의 '샤콘느'로 시작하고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엘에이(L.A.)에 계신 데이빗 뉴먼이 나를 위해 바이올린과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곡이 이어진다. 그리고 역시 좋아하는 곡인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 프로코프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준비했다. 프로코프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의 경우 2007년 카네기 홀에서의 연주에서도 프로그램을 끝내는 곡으로 넣었다. 이 소나타를 너무나 좋아하고 그 때도 피아니스트 애슐리 바스와 함께 연주를 했었다. 애슐리와 호흡이 굉장히 잘 맞는 곡이라서 꼭 넣고 싶었다.
 
- 올해로 음반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소감은?
 
▲ 아홉살 때 이엠아이(EMI) 스튜디오 들어가서 녹음하고 일년여 뒤 음반이 나왔는데 어느덧 20주년이 되어서 너무나 자랑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사실 20년 동안 EMI 사장님들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20년 동안 나는 같은 회사와 쭉 일을 해왔다. 미국에 계신 EMI 분들이 이제 제 가족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경력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너무나 감사드린다.
 
- 이번 프로그램 중 사라 장을 위해 새롭게 편곡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눈에 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주되는데 연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지난 주까지도 편곡자인 데이빗 뉴먼께서 이메일, 팩스를 보내면서 새로운 것들을 써서 보내시기도 했다. 그래서 잠을 많이 못 잤다(웃음). 새로운 곡을 배울 때 재미도 있고 기대도 되는데 살아 계신 작곡가가 이렇게 매일마다 곡을 고쳐주시니 감회가 새롭다. 새롭게 배우고 다시 외우고 있다. 브람스나 바흐의 곡을 할 때보다 신기하다. 작곡가의 머리 속에 들어가 보는 느낌이다. 이 작곡가가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 물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작곡을 끝을 안 내서 미치겠다(웃음).
 
-대규모 오케스트라 협연할 때와 리사이틀 할 때 기분이 어떻게 다른가?
 
▲ 내 연주 중 95%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콘체르토다. 리사이틀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이제껏 한국에서도 3번 정도밖에 안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의 대부분이 콘체르토 곡이라 리사이틀 할 때는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또 콘체르토 할 때처럼 무대에 30분 나왔다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2시간 동안 내내 연주를 해야 하니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있다.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때는 지휘자와 호흡이 맞지 않더라도 사실 그냥 연주만 하고 가면 되는 경우도 있는데 리사이틀은 피아니스트 한 명과 호흡이 아주 잘 맞아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와서도 관계가 굉장히 좋아야 한다. 2주동안 같은 피아니스트와 함께 하는 것이라서 그렇다. 사이가 안 좋으면 굉장히 곤란하다.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리사이틀을 쉽게 하지는 않는다.
 
- 20주년 기념 음반도 곧 나온다.
 
▲ 2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음반 박스세트를 내는데 너무 신난다. 그동안 레코딩 문화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회사와 아티스트가 아이디어를 이것저것 내면서 했는데 이제는 레코딩 곡을 고르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씨디(CD)시대가 가고 온라인 디지털 음원이 주된 흐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옛날 사람인 것 같다. 아직도 CD를 너무 사랑하고, 앨범 재킷을 읽고 만질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좋다. 이번 음반이 디지털로 나오는 게 아니라 CD박스로 나올 수 있어서 참 좋다.
 
- 거의 매년 음반을 낸다. 레코딩에 열심인 이유가 궁금하다.
 
▲ 어렸을 때 프랑스에서 연주하는데 할아버지께서 오셨다. 할아버지께서 건축하시는 분이다. 그때 연주 말고 파리 관광도 했는데 저한테 그러시더라. '연주할 때 호텔 방에만 있지 말고 거리도 걷고, 건물도 보라'고. 얼마나 영감을 주는 건물이 많냐고 하시면서 '연주가 어떤 순간을 굳히는 것이라면 건축은 굳혀놓은 음악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연주는 그 날 밤에 하면 없어지는 것인데 CD는 영원히 굳어지는 것이다. 그 시간, 나의 음악적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 그것 때문에 레코딩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신경도 많이 쓰는 것 같다.
 
또 녹음할 파트너를 고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브람스 협주곡 음반을 녹음할 때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의 조언이 굉장히 많이 도움됐다. 
 
- 20년 전과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또 2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 20년 전에는 연주에 대해 잘 모르고 한 것 같다. 연주하고 여행하는 재미로 했다. 음악의 책임감, 파트너의 중요성, 음악이 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지는 10년 전쯤부터 느꼈던 것 같다. 20년 후에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음악을 하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 앞으로는 실내악을 좀 더 하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곡을 연주하고 싶다. 이번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곡을 배우면서 '살아계신 작곡가와 창작을 하면 이렇게 재밌구나' 하는 것을 처음 느꼈다.
 
- 어렸을 때부터 연주를 해왔는데 슬럼프 없이 연주를 하게 된 비결은?
 
▲ 슬럼프에 빠질 시간이 없다(웃음). 연주는 계속 있으니까. 손의 컨디션, 몸의 컨디션이 항상 어느 정도 수준에는 도달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슬럼프에 빠질 물리적인 시간도 없지만 정신적으로도 시간이 없다. 무슨 곡을 언제 누구와 하는지에 대한 스케줄의 큰 그림을 다 내가 그리기 때문에 모든 연주마다 책임이 나에게 있다. 실제로 슬럼프에 빠진다고 생각하면 계속 힘들어 진다.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한편, 연주를 할 때는 '어젯밤보다 오늘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점을 여기에 맞춘다.
  
- 다음 앨범은 어떤 걸 내고 싶나?
 
▲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 최근에는 브람스, 그 전에는 쇼스타코비치를 하고 그랬는데 그 다음 것은 나 스스로도 연주를 하면서도 웃을 수 있고 듣는 분들도 '어, 재밌는데?'라고 할 수 있는 앨범을 내고 싶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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