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정부는 재형저축의 부활로 우리나라 저축률을 끌어올릴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변화된 우리나라 경제환경 등의 영향으로 큰 관심을 끌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없는 금융환경, 장기간 자금을 묶어둬야 한다는 부담, 가입대상과 적은 예금 한도 등으로 메리트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늦어도 3월초에 재형저축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재형저축상품은 1976년에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이라는 이름으로 높음 금리에 비과세 등 세제혜택을 주는 내놓은 적금상품이다.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 1975년 7.5%에서 1988년 25.9%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카드대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지난해 2.8%까지 뚝 떨어졌다.
정부는 가계경제 안정의 기반인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과거 저축률 상승의 요소 중 하나였던 재형저축 부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 내놓은 재형저축은 7년 이상(최장 10년) 유지할 경우 이자와 배당소득에 소득세 14%가 면제되도록 했다. 불입한도는 분기별 300만원, 가입 대상은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개인사업자다.
재형저축의 금리는 장기간 자금을 묶어둔다는 점에서 시중금리보다 다소 높은 3~4%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과세와 금리차원에서 보면 상호금융의 비과세 예금과 별 차이가 없다. 굳이 장기간 자금을 묶어둬야 하는 재형저축에 가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호금융 한 관계자는 “1년간 가입해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 상호금융의 비과세 예금 상품의 없애려고 하는 것보다 권장하는 것이 오히려 재형저축 상품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형저축 활성화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입금액과 재형저축의 가입 대상을 서민으로 제한했다는 것.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 서민들이 저축할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또한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들은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실질적으로 가계저축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1970년 1인당 국민소득이 몇백만원 안되던 시절은 소득양극화는 심하지 않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만원이 넘어선 지금 소득양극화는 심화됐다”면서 “저축할 수 있는 서민들도 대부분이 집 대출금과 이자를 갚기에 빠듯한데 저축은 쉽지 않아보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같은 우려에도 정부는 재형저축이 일정부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재형저축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국민의 70%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기관에 홍보를 적극 독려하고 재형저축 금리 비교공시 제도 마련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장기간 묶어둘 경우 문제가 되는 금리는 3년마다 금리를 변동 가능하도록 설계를 하게 될 것”이라며 “각 금융기관별 재형저축의 금리를 비교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공시하는 제도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증가가 필수적이지만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세제혜택 등을 준다는 것은 기존 방향과 다른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재형저축이 활성화 되려면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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