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강병훈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권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LG가 정부의 중재로 '화해무드'로 돌입했다. 양 측은 더 이상의 소모적인 싸움을 중단키로 합의했다.
지금까지는 정부 중재 약발이 먹히는 모양새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오가지 않았다. 실무진 협의도 남아 있어 보이지 않는 신경전 등을 포함하면 법정 소송까지 마무리되기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4일 서울 팔래스 호텔 내 한 음식점에서 지식경제부 주재로 회동을 가졌다. 두 사장은 김재홍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이 동석한 가운데 정오부터 오후 1시15분까지 대화를 진행했다.
두 사장은 비공개 대화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칙'에 있어서는 합의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기존에 진행 중인 7건의 민형사상 소송의 취하 여부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기남 사장은 "큰 방향에서 하나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며 "세부적인 사안은 실무자 협의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무드로 해석할 순 있지만 치열한 법정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상범 사장도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식의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디테일한 사안은 임원들 협상을 통해 협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회동을 주재한 지경부측은 "두 회사가 소모적인 특허소송을 중단하는 방향성에서 일치했다"며 "당장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는 건 없지만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평했다.
회담에 앞서 김재홍 실장은 "삼성과 LG, 두 그룹사에서 입장이 합의됐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며 "지경부도 계속해서 (두 회사를)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을 두고 일종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민간 기업을 중재한다는 것의 의미도 크지만 무엇보다 최근 일본,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추격에 대한 부담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얘기다.
아울러 지경부의 사전 '물밑 작업'도 두 회사의 화해 무드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지경부는 양사의 특허소송을 중재하기 위해 각사 사장을 따로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조율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양 측의 말 대로 '원칙' 즉, 드러나는 싸움을 중단한다는 의미에 무게가 실린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경부의 중재를 외면할 수도 없고, 국민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하는 샌드위치 구조에서 일단은 양 측의 인심을 모두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김 사장은 민형사 소송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한상범 사장도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식의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충분히 읽혀 진다.
실무선 합의 과정에서 더욱 치열한 신경전이 예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두 사장은 2차 회동 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왼쪽부터)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김재홍 지경부 성장동력실장,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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