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라고 하고, 글로벌 도시 네트워크에서 서울을 빠뜨리지 않고 얘기하지만 우리 문화상품으로 각인될 만한 게 사실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 정명훈 선생님 같은 분이 언제 또 나올까 싶기도 하다. 곁에서 경영을 도와드린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현정 서울시향 신임 대표이사(51·
사진)는 13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민 끝에 대표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사회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화재 고객관리(CRM) 파트장,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과 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기업인 출신인데다 스스로 음악에 문외한이라고 말하는 박 대표가 서울시향으로 오게 된 데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의 만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표 자리를 두고 고민하던 시기, 박 대표를 추천한 인사가 정명훈 감독을 한 번 만나보라고 제안했다는 것.
박 대표는 "음악과 서울시향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계신 정명훈 감독을 만나고 나서 해 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명훈 감독님 외에 진은숙 작곡가, 성시연 부지휘자 등 재능 있는 분들이 함께 모여있다는 게 굉장한 행운인데 내가 재임하는 동안 서울시향이 더욱 더 괜찮은 오케스트라가 된다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 13년을 몸 담은 바 있는 박 대표는 내부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을 첫번째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펀딩에 바로 나서기보다 누구에게나 신뢰 받을 수 있는 내부 인프라 구축을 우선시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모든 후원이나 기부는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우선 플랜이 확실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냥 막연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얼마나 의미있고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쓰이느냐를 잘 전달한다면 공감대를 끌어내기가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연주단 손익분석과 공연 사후평가를 통해 자립도를 정확히 측정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유료구매율이 92%로, 의외로 높다"며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황이 바뀌더라도 시향을 운영 및 유지해나갈 수 있는 큰 틀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향의 오랜 꿈인 전용 콘서트홀에 대해서는 "당장은 마련하기 어렵겠지만 여건이 될 때 누군가 의사결정만 하면 되도록 서울시향의 운영상황을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료구매율이 다소 떨어지는 아르스노바 프로그램은 기업인답게 연구개발(R&D)에 비유했다.
박 대표는 "아르스노바의 경우 동북아 쪽에서는 드문 프로그램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욕심이자 꿈이지만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아시아인이 직접 와서 보는 등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클래식 한류'를 일으켰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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