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후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가 흥행 여부에 따라 오히려 전셋값 폭등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보증하는 엄청난 자금이 전세시장으로 흘러들어 과잉 유동성 현상을 불러올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올해와 내년 강남권 일대에서는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겹칠 것으로 보여 전세시장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매매시장에서는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가 줄어 매매전환이 촉진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지원 자금 유입에 전세값 상승 가능성
박 당선인이 구상한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는 집주인이 보증금 대신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임대차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정부가 내주는 ‘무보증 월세’다.
이 제도는 세입자의 미납 위험을 떠안고 대출을 받을 집주인이 없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최근 대한주택보증 등 공공기관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이같은 위험을 제거하는 방식이 논의되며 세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증금 지원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시장 가격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이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유사한 전세지원 제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제도가 그 단적이 예다.
이 제도는 대학생의 주거안정을 위해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학생이 학교 인근에 거주할 주택을 물색하면 LH에서 주택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해준다.
선정된 대학생에게는 수도권은 최고 7000만원, 광역시 5000만원, 도지역 4000만원의 전세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전세집 찾기' 경쟁에 밀린 대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대학가 일대 전세시장에 부작용만 일으켰다. 물량 부족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자금 유동성 확대가 전셋값 폭등을 불러온 것이다. 일대 전세금 하한선이 7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건대역 더샵 공인 관계자는 “대학가는 월세공급이 많은 지역으로 전셋집 찾기는 애당초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LH가 대학가에 돈을 풀며 시설이 열악한 주택들마저 전세금을 7000만원에 최대한 맞추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의 '목돈안드는전세'에 대한 전셋값 급등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전세로 눌러 앉거나 매매로 돌아서거나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 시행을 두고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 회복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전세자금 확보로 매매전환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가 매매시장에서는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는, 전세값이 매매가에 빠르게 가까워지며 매매 전환 수요를 자극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5.2%로, 2002년 12월 55.5% 이후 가장 높다. 조사 이래 최고치는 2001년 9월 64.6%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의 시행과 강남 재건축 이주가 맞물리면 전세시장 진앙지인 강남을 중심으로 값이 폭등할 수 있다”며 “2000년대 초 전셋값이 고점을 찍고 매매전환이 발생하며 2000년 대 중반 대세상승을 이끈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이 시장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며 전세로 눌러앉은 임차수요가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을 받아 매매를 포기할 것이라는 우려다.
남영우 나사렛대 교수는 “현재도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 제도로 매매로 돌아서야할 수요가 대출을 받아 세입자 자격을 유지하는 수요가 있다”면서 “구조적 변화로 상승 기대감이 점차 꺾이는 상황에서 전세자금 지원은 매매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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