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지난달 11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브리핑실에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들어왔다. 이날 있었던 국방부, 중소기업청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었다.
부처 업무보고에서는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 이행 계획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사안이 많았기 때문에, 언론은 브리핑 내용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기자들은 윤 대변인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이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하자 기자들은 허탈함과 이에 대한 항의로 웅성거렸다. 윤 대변인은 기자들의 문제제기에 “결정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새 정부와 국민의 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인수위, 짜임새 없는 무계획적 운영
박근혜 당선자의 18대 인수위는 48일 활동 기간 동안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상황에 따라 발표 내용이 통보된 것과 다르거나, 새로운 일정이 생기고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로 인해 추측 보도는 더 무성해졌다.
장관 후보, 청와대 수석 후보들 명단 발표에서는 인수위의 불확실성이 정점에 달했다.
발표자 명단은 드라마 쪽대본처럼 급하게 전달됐다. 윤창중 대변인이 "후보자 발표 움직임은 없다"고 자신했다가, 복도에서 박 당선자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돌아와 "내일 발표가 있다"고 정정하는 일도 있었다.
후보자 명단이 시일을 끌며 연기되고 그마저도 산발적으로 발표되면서 혼란은 더 심해졌다.
"박 당선자 주변에 검증을 통과할 만한 인물이 없어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정 인물에게 후보자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기사들이 연일 보도됐다.
박 당선자의 인선 발표가 늦어지면서 주말에 열리기로 한 국정토론이 연기되는 등 인수위 공식 스케줄이 변경되기도 했다.
◇ 예고없던 발표..인수위 신뢰 하락
비난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을 무리하게 조정하는 일도 잦았다.
지난달 15일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와 경제부총리제 부활 등 큰 윤곽만 밝혔을 뿐 부처별 업무 이관, 공무원 변동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었다.
또 부처별 업무보고 일정도 끝나지 않아, 방통위 등은 업무보고를 하기도 전에 조직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업무보고 일정과 충돌하면서까지 개편안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윤창중 대변인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많아 서둘러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인수위는 정부조직개편안 발표를 무리하게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5년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1월16일 발표했었다.
발표 내용이 며칠만에 뒤집히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21일 인수위는 청와대를 2실 9수석 체재로 개편한다고 발표하며 “슬림한 청와대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흘 뒤 인수위는 예고도 없이 청와대 경호처를 경호실로 분리하고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다는 추가 내용을 발표했다. 슬림한 청와대를 만든다는 약속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깜짝 이벤트성의 행사도 적지 않았다.
국정과제 선정을 위한 5단계 일정에서 인수위 분과별 현장 방문을 갑자기 발표했다.
아직 인수위의 부처 업무보고도 끝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인수위원들은 군부대, 시장 등을 방문했다. 현장 방문 내용도 공개되지 않아 자연스레 홍보용 행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인수위 현판식에 참가하기 위해 금융연수원에 도착한 박근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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