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유류세 인한데'..정부·업계, 가짜·탈세 석유 근절 '동상이몽'
"유통질서 바로잡는 정책" VS "세수충당 위한 정책"
탈루세액 추정도 제각각..최고 2조7천억 차이
2013-02-28 16:55:11 2013-02-28 16:59:05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정부의 '가짜·탈세석유' 근절책인 '수급보고 전산화'시스템을 놓고 시범사업 전부터 정부와 업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가짜·탈세석유'  근절책인 수급보고 전산화 시스템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점을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인 반면, 업계는 관계 법령과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범사업조차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수급보고 전산화 정책은 전국의 모든 주유소와 석유제품 판매소의 석유제품 이동량을 매일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으로 시범사업 기간을 걸쳐 오는 2014년 9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정부 "근절 가능" VS 업계 "법령부터 마련하라"
 
그러나 이 시스템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입장이 서로 달라, 시범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우선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가짜휘발유에 대한 근절을 자신하고 있다. 면세유, 유가보증금 등 탈세에 용이한 항목까지 모니터링으로 적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경부는 수급보고 전산화 시스템으로 경유와 등유를 섞어서 제조한 가짜경유, 면세유 이동량, 이중 유가 보조금 지금 등을 적발해 1조원 가량의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가짜석유를 팔다 영업정지 된 서울 송파구의 한 주유소
 
예를 들어, 주유소 등 석유제품 판매점에 경유 100, 등유 100 만큼을 정유사에서 공급받아 판매점에서 경유가 150, 등유가 50 만큼 판매되면 수상한 석유제품 판매하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다.
 
반면, 업계는 수급보고 시스템은 가짜석유 판매량의 2~3%만이 주유소나 판매점 등에서 거래되며 97%는 주유소 이외의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맞서고 있다.
 
문제는 최근 국제유가가 110달러 선까지 올라가며 국내 기름값도 상승하고 있어, 정부와 업계간 갈등으로 '수급보고 전산화'가 시범사업조차 시행하지 못하자 가짜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가 70여 곳으로 급증하는 등 피해는 국민들에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석유를 이용할 경우, 차량 고장 등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폭발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탈세로 인한 세금 부담까지 감안하면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는 상당한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도 3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는 탈세액을, 유류세 인하 등으로 국민에게 돌려줄 경우 리터(ℓ) 당 200원 이상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계 등 "시행목적은 공감하지만 행정편의적 발상" 
 
특히 가짜·탈세석유 근절은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중 첫 번째 목표다.
 
정부는 수급보고 전산화 시스템을 통해 탈루된 세금을 확보해 부족한 세원은 물론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름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학계와 업계에서도 가짜석유 근절을 위한 '수급보고 전산화'의 시행목적에는 공감을 하지만 정책 시행과정에서 지나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주유소당 150만원 정도의 낮은 보조금으로 나머지 비용을 주유소에 전가할 뿐만 아니라 정책 시행시 주유소 영업비밀 보장에 대한 법적 보장 근거 마련을 위한 노력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급보고 전산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확보한 예산은 160억원이다.
 
업계는 이 정도 예산으로는 전국 모든 주유소에 시스템 설치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각 주유소마다 15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나오지만 시스템 구축비용과 단말기 등을 구입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27일(왼쪽)과 28일(오른쪽) 서울지역 한 주유소 가격차이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설치 비용은 어림잡아도 300만원 이상으로 정부의 보조금 만으로는 설치할 수 없다"며 "지경부는 '수급보고 전산화'로 물동량만을 파악한다고 하지만 가격이 일일공시되고 있는 주유소 특성상 영업비밀이 다 새 나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영업비밀에 대한 보안책 논의는 없이 무조건 하라는 식의 행정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가짜석유의 제조방법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어 주유소 등 석유제품 판매처만을 조사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가짜석유 판매로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정직하게 정품을 팔고 있는 주유소"라며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국민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믿고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탈세액 추정도 각자..해결책은 유류세 인하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가짜·탈세석유 탈세액은 연간 1조원에서 3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가짜석유를 ▲주유소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짜석유 ▲면세유와 유가보조금 ▲무자료 거래하는 대리점 등으로 정의하고 매년 1조원가량이 탈세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석유유통업계는 가짜석유로 탈세되는 금액은 3조7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서류나 단속이 가능한 범위에서 가짜석유를 산정하고 있지만 업계는 전체 가짜석유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제조까지 가짜석유로 정의해 계산했다.
 
가짜석유 개인제조는 개인이 주유소에서 정품 경유와 등유를 각각 구매한 후 직접 제조하는 방식으로, 업계는 경유와 등유 간 유류세 차이에서 오는 이득을 취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유는 ℓ당 690원, 등유는 230원의 유류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경유와 등유를 혼합해 만든 가짜경유는 ℓ당 230원가량의 유류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것.
 
홍창의 관동대학교 교수는 "가짜석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결국 비싼 유류세 때문"이라며 "정부나 업계가 무슨 대책을 내놓더라도 유류세가 인하되지 않는다면 가짜석유는 여전히 기승을 부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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