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부도가 확정된 13일, 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개발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불만감을 감추지 못한 반면 사업에 반대해온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부이촌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민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용산역세권개발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한 마디도 없다"며 민감한 반응을 드러냈다.
최근 사업 부도위기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급매물을 처분하려는 주민들이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도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개발 사업에 찬성해온 주민들은 시와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6년 동안 거래가 묶여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부도로 보상금은 커녕 재산상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발 지구에 포함된 2300여가구 중 600여 가구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의 가구당 평균 대출 규모만 4억원이 넘고, 월이자는 약 17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업 위기설이 돌자 일대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면서 올 초에만 경매로 넘어간 집이 30채가 넘었고, 사업초기 치솟던 집값도 크게 하락했다.
기존 대림아파트 82㎡(구 25평)의 가격이 7억원~8억원 사이에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5억원~5억4000만원으로 1억6000만원~3억원 정도 하락했다. 가격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래가 뜸해지며 대림·성원·시범아파트 일대 곳곳에 들어선 공인중개업소 중 폐업으로 비어 있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H공인중개소 대표는 "6년간 사업이 추진되기만을 기다려온 주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그나마 있던 거래도 끊겨 주민들의 발이 묶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이촌동 일대 상가에 폐업으로 비어 있는 공인중개소
한 주민은 "사업계획이 발표되고 우후죽순 부동산이 들어섰는데 (부도위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못 버티고 나가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성원아파트 주민 김모씨는 "한강 조망권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할 생각에 5년 넘게 참고 기다렸는데 사업 주체들이 서로 싸우는 통에 주민만 피해를 본 것 아니냐"며 "속수무책으로 당한 주민들을 위해 반드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이번 1차 부도처리를 환영하는 주민들도 있다.
김재홍 대림아파트 생존권사수연합회 대변인은 "드림허브는 사업 초기 60평대 아파트 입주권을 주고 이주비 3억원을 현금지원한다는 등 장밋빛 약속을 내놓았지만 결국 부도를 맞게 됐다"며 "주민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강제로 개발구역에 포함시킨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반대 주민들은) 용산철도부지부터 우선 개발하고 주거지역에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상업시설 등을 지을 것이 아니라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가길 원한다"며 "앞으로 사업 방향이 어떻게 변하든 서울시에 강제수용 계획을 철회하고 주민찬반투표를 실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원아파트 주민 임모씨는 "그동안 동의서를 써달라는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오늘 부도 소식에 안도감마저 들었다"며 "이제라도 주민의 뜻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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