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라는 특급호재로 빛나는 송도에도 미분양이 털리지 않는 단지가 있다.
결국 이 단지는 '애프터리빙제'라는 분양 마케팅 최후의 기법까지 빼들어 힘겨운 미분양 해소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047040)은 송도 Rm1블록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에 대해 '애프터리빙제'와 거의 유사한 형태의 '프리리빙제'를 실시하고 있다.
◇‘애프터리빙제’ 비틀어 ‘프리리빙제’
‘애프터리빙제’는 계약금과 입주잔금만 내면 2년간 거주 후 소유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건설사와는 임대차 계약을 하게 된다.
대우건설은 이에 변화를 줘 임대차 계약이 아닌 분양 계약을 하는 ‘프리리빙제’를 실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미분양이 줄어드는 착시효과를 볼 수 있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잔존해 있다.
송도는 지난 10월 GCF 사무국 이후 적체돼 있던 미분양 아파트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 실제 사무국 유치 전인 9월 298가구의 미분양을 남기고 있던 ‘그린스퀘어 더샵’은 현재 105가구로 줄었으며, ‘더샵 그리워크1·2차’는 231가구에서 82가구로 급감했다.
하지만 유독 ‘글로벌캠퍼스푸르지오’는 389가구에서 올 1월까지 373가구로 감소하는데 그쳤다.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는 시장 트랜드와는 거리가 있는 중대형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분양가가 높아 GCF 유치 후에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특히 GCF사무국이 들어오는 1공구에서 멀리 떨어진 5공구에 위치해 있다는 약점도 지적됐다.
현재 남은 물량은 115~221㎡의 중대형이며, 분양가는 115㎡의 경우 ‘그린스퀘어 더샵’ 5억8400만원 선보다 5000만원 가량 비싼 6억3600만원에 달한다.
때문에 대우건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고 그 도구로 ‘프리리빙제’를 선택했다.
GCF와 GTX 등 각 종 호재를 안고 있는 송도 주택시장의 상승 가능성을 바탕에 깐 전략이다. 기대대로 송도 주택시장이 상승해 준다면 ‘프리리빙제’ 계약자 대부분이 본계약으로 전환될 것이란 예상이다.
계약금 5%와 입주잔금 15% 등 총 분양가의 20%만 내면 입주가 가능하다. 여기에 중도금대출 60%를 무이자로 지원하며, 잔금 20%는 2년간 유예해준다. 취득세도 지원하며 발코니확장, 시스템에어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융단폭격식 미분양 광고..지역 이미지 실추?
이같은 대우건설의 분양 전략을 두고 송도 내에서는 부정적인 여론도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 지역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조속한 판매 촉진을 위해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곳곳에 현수막을 달고 대량의 전단지를 배포 중이며 인터넷에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송도 J공인 관계자는 “동네방네 현수막이 안 걸린 곳이 없고 전단지는 과거 북한의 삐라 살포 수준"이라며 "이러다가 송도가 자칫 미분양도시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의 한 신입생은 인터넷에 “‘2년 동안 살아보고 입주 결정 하세요’ 내용의 현수막이 많습니다”며 “송도는 듣던대로 유령도시입니다. 전부 깡통주택이란 얘기죠”라는 글을 게시해 송도 주민들이 흥분하기도 했다.
또 계약 과정에서도 향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이에 따른 소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캠퍼스 애프터리빙제 계약서에는 2년 후 원상회복 후 전액환급이란 특약사항이 있다. 원상회복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자칫 계약 만료 시점 원금환급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분양 관계자는 "원상회복은 일반적인 전세계약과 마찬가지의 상식선 수준으로 훼손에 따른 견적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정도며, 집값 하락시 국민은행 하락률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할인해 줄 계획"이라며 "원분양자의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악성미분양으로 남는 것보다 분양 마감 후 이미지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