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업무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다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송우철)는 A사의 사망한 직원 B씨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B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외파견은 이 회사의 통상적인 업무"라며 "B씨가 해외에서 담당하기로 한 내용이 통상적 업무에 비춰 현저히 과중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망할 무렵 회사에서 B씨를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정했기 때문에, 그러한 부담감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B씨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진단사실이 없고 자살시도 전 직장동료들과 대화를 했으며, 동료들에게 뛰어내리기 전 '미안하다'고 말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심신상실 상태 등에 빠져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A사의 쿠웨이트 정유플랜트 공사의 시공팀장으로 임명돼 해외파견 근무를 앞두고 있었던 B씨는 영어실력 탓에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부담감을 느꼈다.
이때문에 B씨는 다시 본사로 다시 발령이 났지만, "영어를 못해 해외파견도 못나가는 내가 부하직원들 앞에 어떻게 서야 될지 모르겠다"고 가족들에게 답답한 심경을 토로할 정도로 B씨의 자책감은 심해졌다. 결국 B씨는 2008년 12월 본사 옥상에서 뛰어 내려 자살했다.
이후 B씨의 유족은 '해외파견 근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게 됐고 결국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해 자살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했지만, 이를 거절당하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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