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회사채 시장의 자생성 발전을 위해서는 ‘독자신용등급’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독자신용등급 도입이 경기침체로 어려운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지연된 것은 금융당국의 지나친 기업친화적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채권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이 자생성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도 정책의 과도한 기업친화적 태도에서 발생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독자신용등급 제도가 도입되면 방법론 등급에서부터 최종신용등급에 이르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수년간 지속돼온 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부담이 높아진다.
과정 공개 전에는 적절한 설명 없이 발행사 요구에 의해 등급이 상향되더라도 근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시할 필요가 없지만 최종등급에 이르는 과정이 공개되면 신용등급 상향 근거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 크레딧 팀장은 “독자신용등급의 빠른 도입을 통해 신용평가에 관한 신뢰도와 논의를 풍성화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독자신용등급과 최종 등급 평가요소 간의 논리적 평가 공개를 통한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 능력 재고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한 최종등급의 재검토와 시장과의 끊임없는 토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신 팀장은 설명했다.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더라도 현행 신용등급과 큰 격차를 보이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독자신용등급 도입으로 발행시장이 경색되고 기업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등의 충격 발생은 가능하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신용평가 제도 개혁 움직임은 역행할 수 없다. 도입을 연기할 경우 신용평가에 대한 시장신뢰가 꾸준히 하락하는 등 부정적 요인도 농축될 것으로 본다”며 도입 논의 재개가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임형섭 한국기업평가 평가기획실장은 “해외조달 비용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 등 연장의 이유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신용평가 시장 발전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구현을 모색해 시장과의 교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체계 개선을 위해 ‘신용평가 순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를 통해 신용등급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환종 팀장은 “국내 신평사 3사의 경쟁 완화를 위해 한 기업이 평가받는 기간을 10년이 아닌 2~3년 정도로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3사 과점 상황에서 경쟁이 심각해 일단 발행자가 내는 방식을 바꾸기 쉽지 않겠지만 장점을 꾀하고 단점을 완화해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임형섭 평가기획실장은 “신용평가 순환제에 대해 장·단점이나 폐해 등 폭 넓은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며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