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불과 석달전 3.0%로 전망하며 어려운 대외여건속에서도 올해 한국경제가 선방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2013년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 중 5~7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라는 카드도 손에 쥐었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세입보전, 경기회복과 민생안정 등에 추경재원을 쏟아부어 성장을 이끌고,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 꼭짓점인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추경예산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2%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정부의 판단이다.
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박근혜정부 2013년 경제정책방향'은 이러한 암울한 전망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올해 1분기 흐름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 작년 12월에 바라봤던 것보다 경제회복세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었다"면서 "(추경 등) 정책노력을 기울여 2% 중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용, 생산, 투자 모든 것이 최악
정부가 이례적으로 석달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나 내려잡은 것은 그만큼 실물경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3%로 7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고, 올해 1분기 역시 0%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가장 오랜 기간 0%대를 유지한 기간은 5분기 연속이었다. 이번에 8분기 연속이라는 우울한 대기록이 작성될수도 있다.
최상목 국장은 "지난해 4분기가 전분기 대비 0.3%로 나왔다. 우리는 0.5% 정도로 봤는데 그보다 0.2%포인트 더 낮았다"면서 "1월 산업활동동향이 안좋게 나왔는데, 속보치를 보니까 2월도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우리 경제가 대외여건에 취약한 점도 걱정이다. IMF가 최근 세계경제전망을 또 낮췄고 중기적으로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투자은행(IB)들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1월 민간소비(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나 하락했고, 설비투자는 6.5%나 급락했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도 전반적으로 횡보를 유지한 채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경기의 부진은 고용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지표가 경기후행성인 덕에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기도 했지만, 4분기부터는 취업자수 증가폭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수 증가목표도 당초 32만명에서 25만명으로 크게 하향조정했다.
◇추경에 공공투자, 정책자금까지 쥐어짜기
여건의 변화는 결국 정부의 정책수단의 변화로 이어졌다.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수정한 만큼이나 파격적으로 추경 편성에도 긍정적인 입장으로 급작스럽게 전향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퇴임직전까지 추경이 재정건전성을 해친다면서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경기회복과 민생안정 등을 위한 추경과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받아들였다.
재정부는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4월 중 추경규모와 사용처 등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당정협의가 진행중이지만 추경규모는 당초 새누리당에서 요구한 10조원보다는 적은 5~7조원 안팎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 철도유지보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립 등 SOC분야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투자규 모를 1조원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책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중소기업 등에 대한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도 늘리고, 186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지원도 상반기에 조기집행하는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서민금융지원도 3조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늘리고, 고용창출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의 고용영향평가를 사후평가에서 사전평가로 바꿔 예산에 연계, 반영하기로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도 기본공제를 줄이고 고용상황을 반영한 공제액을 늘리기로 했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창업벤처 활성화 지원과 함께 영화산업, 게임산업, 보건의료산업 등이 융복합 된 창조형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세수입 부족해 공약가계부 구멍날 판
문제는 정부가 이번에 내 놓은 정책들이 경기를 얼마나 살릴수 있을지다. 대부분의 정책이 지출예산만 더 늘어날 뿐 기존에 발표됐던 정책인데다 장기적으로 이들 정책을 뒷받침할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기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재정으로 경기를 떠받쳐야 하는 상황은 심화되고 있지만, 그 재정의 원천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81조원이 넘는 재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복지와 경기대응에 필요한 세출예산은 더 늘어만 가고 있다.
당장 큰 문제는 세입이다.
경기가 크게 악화되면서 올해 국세수입은 정부가 지난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보다 6조원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법인세 등의 경우 전년도 경기상황이 올해 세수입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난해 불경기는 올해 세수감소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12월말 결산법인들의 세수실적을 가름할 수 있는 3월 법인세 중간예납상황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국세청 관계자는 "3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받고 있는데 실적이 상당히 좋지 않다. 올해 세수입은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상목 경제정책국장도 "구체적으로 곧 수치가 나오겠지만, 올해 세수 진도율도 썩 좋지 않다는 것이 내부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통상적인 것과 다르게 세수모니터링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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