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중소기업 대출지원을 놓고 한국은행과 정부가 엇박자를 빚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한 반면 한은은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동결해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2분기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전분기와 동일한 9조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은행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9월 7조5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한도가 증액된 이후 2분기 연속 유지되는 셈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완화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 보다는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김 총재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를 언급하며 정책공조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금리가 동결된 가운데 최근 우회적으로 금리인하 요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춰 총액한도대출 완화 만큼은 한은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공조 카드일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정부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중소기업 등에 대해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중앙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한도를 동결하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몇시간만에 정부가 한도를 늘리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지원을 놓고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교감이 전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한 시중은행 채권딜러는 "총액한도대출 한도 결정은 한은의 권한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총액한도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서로간에 사인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이번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유지 결정으로 정부의 정책완화 압박과 한은간의 대치구도에 시장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이번 총액한도대출 유지 결정은 의외였다"고 말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중앙은행간에 교감이 없다는 것은 경제정책 추진에서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시장에서 의외의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예측의 범위를 넘어선 파격이거나 모순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한은의 결정으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만약 한은과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공조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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