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세미나 흥행 '대박' 조건은 '창조경제' 포장?
2013-03-28 16:29:33 2013-03-28 16:31:57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이틀 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중소기업의 미래' 세미나장. 세미나 시작 전부터 20~30명의 국회의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았다.
 
포럼을 주최한 국회의원 지역구 주민 20여명이 자리해 마치 팬클럽행사를 방불케하는 순간도 연출됐다. 토론회가 끝날 즈음 한 패널이 텅빈 귀빈석을 바라보며 "바쁘신 건 알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라 보좌관들이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는 말을 건네자, 옆자리 패널이 그에게 눈치를 주며 발언을 끝낼 것을 종용했다
 
대개 토론회가 끝나고 난 후 청중과 패널들 간 질의응답(Q&A)시간에 더 의미 있고 생생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거의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편이다.
 
토론이 끝나고 청중 두명은 각각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억울한 점, 창조경제의 의미 등에 대해 발언했지만 시간이 모자란다는 핑계로 사회자는 청중의 이야기를 끊었다. '창조경제'의 의미는 다양한만큼 확장성도 크다는 것. 개념을 정립해가는 단계라는 교훈을 남긴 채 세미나는 싱겁게 마무리됐다.
 
다음날 같은자리에서  '중소기업, 해외 유통망 진출 방안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비중이 20%인점을 감안하면 지금 우리 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해외시장 진출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
 
세미나 이름에 '창조경제'라는 단어만 없을 뿐 이 또한 창조경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방안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는 업계 관계자가 두명이나 패널로 참가해 해외 진출시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비록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활동과 성과, 계획을 읽는 수준에 그쳤지만 업계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청취했고 관련 제도 정비도 약속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최자가 직접 좌장으로 나서 논의를 이끌고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이다. 오랜 만에 생산적인 논의가 오간 세미나였다.
 
너무도 다른 모습의 두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창조경제와 중소기업의 미래'라는 주제를 내건 토론회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주제만큼이나 애매하고 모호한 논의만 늘어놓은 채 어영부영 끝나고 말았다.
 
반면 '중소기업들의 해외유통망 진출방안' 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내건 토론회는 참가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개선방안과 앞으로 나아갈 로드맵이 분명히 드러난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초기부터 중기대통령을 표방하며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견인하겠다며 호언장담했다.
 
중기인들의 기대도 그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지금처럼 모호한 구호로는 정책 역시 방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럴 듯한 '포장'이 아니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진정성이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논의가 앞선 토론회처럼 시작은 의욕적이지만 흐지부지 끝날 경우 중소기업(인)을 두 번 죽이는 것임을 정부는 기억해야 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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